[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연일 치솟는 기름값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름값이 정치나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고유가에 대한 미국민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자신의 재선 행보에 타격이 있을까 우려했던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안도의 한숨을 내쉴만한 소식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에모리 대학 연구진의 조사 결과를 인용, 기름값이 정치나 경제에 실제로 큰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유가 상승이 경제성장 속도를 둔화시켜 경제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 파급효과는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미국인의 전체 소비에서 석유와 석유 관련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도 채 되지 않아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또 석유 소비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려면 유가가 28%나 상승해야 하지만 올 들어 지금껏 유가는 15% 오르는데 그쳤다는 분석이다.
앨런 애브라모위츠 에모리대 정치학 교수는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으로서 행한 각종 정책과 경제 운용 계획 등에 대한 평가인만큼 기름값과 같이 하나의 작은 이슈만 두고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름값이 오르면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기존의 분석을 뒤집는 것이다. 기름값 변화보다는 오히려 실업률의 변화가 유권자들의 의사결정에 27배나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로 인해 오바마는 수세에 몰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12일 워싱턴포스트(WP)가 ABC뉴스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7%에 그쳐 49%의 지지율을 얻은 공화당 대권주자 미트 롬니에게 뒤졌다. 이 조사에서 오바마의 재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인으로 휘발유 가격 상승이 꼽히기도 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에만 6% 상승했다. 이는 2월 전체 물가가 0.4% 상승하는데 결정적 원인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미 정유업체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미 북동부 정유시설을 폐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