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인간 유흥수단" 사망한 말은 '퇴역 경주마 까미'

  • 등록 2022-01-22 오후 4:32:25

    수정 2022-01-22 오후 4:32:25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KBS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을 찍은 후 사망한 말이 ‘까미’(예명)라는 이름의 퇴역 경주마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KBS 1TV ‘태종 이방원’
동물자유연대는 22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까미’라고 불린 퇴역 경주마는 5년여간 경주마로 이용되다가 마사회에서 말 대여업체에 팔려온 뒤 약 6개월가량 업체 소속으로 지냈다. ‘태종 이방원’ 출연 역시 대여업체를 통해 주인공 말의 대역으로 투입되었다가 부상 후유증으로 결국 고통스런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단 몇 초 간의 방송 연출을 위해 발목이 묶인 채 목이 꺾여 죽은 말이 심지어 은퇴한 경주마였다니 그 비참한 삶과 죽음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다”며 “‘까미’의 죽음은 한국 경주마의 삶과 죽음이 얼마나 비극적이고 잔인하게 구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동물연대는 “말의 평균 수명은 20년 이상이지만 경주마의 은퇴 시기는 2살에서 4살가량이다. 예전만큼 빨리 달리지 못할 뿐 생존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어린 말들은 인간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달리다 더 이상 경주에 쓰이지 못하게 되면 여기저기 팔려가거나 도축 후 고기로 쓰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사망한 까미 역시 5-6살 가량의 어린 나이였으나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말 대여업체에 팔려왔고, 방송 촬영 현장에서 사람들이 잡아당긴 줄에 고꾸라져 땅에 목이 꺾이는 부상을 입은 채 세상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끝으로 “온몸을 내던지며 단 몇 초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뙤약볕 아래서 꽃마차에 사람을 태우기 위해, 도축되어 인간의 먹을거리가 되기 위해, 은퇴한 경주마는 그렇게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며 “퇴역 경주마 전 생애에 걸친 복지 체계 구축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겠다. 인간의 오락을 위해 달리다 마지막까지 인간의 유흥 수단으로 이용당하며 생을 마친 까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동물권 보호단체 카라도 “너무나 많은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에서 많은 동물들이 소품으로 쓰이면서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렀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동물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모든 방송 제작에 적용돼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 제작에서의 참담한 동물 학대가 근절되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누리꾼들은 “말 못한다고 생명 자체를 저리 허망하게 버리다니 천벌 받아 마땅하다”, “한번 쓰고 버릴 소품이였네요. 꼭 처벌해주세요”, “제발 이번 기회에 이런 방식의 촬영은 없애주세요. 사람도 동물도 다 다칩니다”, “제주도에서도 퇴역한 경주마 막 때리고 도살하고 진짜 최악이에요. 인간이랑 교감한다고 착각한 말들만 불쌍하다. 평생 인간들한테 이용만 당하고 동물관련 법좀 강화해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100여개의 동물단체는 21일 ‘태조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드라마 제작진을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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