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조 추경안 나왔지만…내수 먹구름에 '추가 추경' 요구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정부가 산불과 통상 대응 등 급한 불을 끄기 위해 12조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내놓았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시급한 부분에 필수 자금을 투입한다는 입장이나, 최근 악화한 내수 경기와 미국발 관세 전쟁 등에 따른 수출 위축 등을 고려할 때 보다 적극적인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2025년 추가경정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시급·필수성 강조한 12.2조 추경안에도…“내수 위한 비전 없다”

정부는 지난 18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12조 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시급성과 필수성을 고려해 △재해·재난대응 3조 2000억원 △통상·인공지능(AI) 지원 4조 4000억원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 4조 3000억원 등 3대 분야를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로, 오는 22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악화한 내수 경기와 민생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보다 적극적인 재정 집행이 필요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규모는 물론, 내용 역시 손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는 이번 정부의 추경안에 대해 ‘찔끔 추경안’이라는 비판과 함께 내수 진작 영역에만 최소 15조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추경안 중 민생 지원 규모는 전체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50만원 한도의 ‘부담 경감 크레딧’, 카드 소비 증가액의 20%까지를 최대 30만원 한도로 환급해주는 ‘상생 페이백’ 등의 정책이 신설됐지만, 기존 경제정책방향 등에서 제시한 것과 유사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장기적인 정책과 재정을 요구하고 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자영업자들이 공과금, 보험료 등 분야 제한 없이 고정비를 줄이는 데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고, ‘소비 쿠폰’ 등과 달리 재정 소모도 덜하다”면서도 “‘현상 유지’가 목적인 현재 정부 이후 다음 정부는 구체적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성장 전략, 경제 성장과도 맞물린 소비 활성화 등을 위한 정책 비전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생·내수경기 활성화 필수”…다음 정부 추경안 기대도

특히 최근 침체된 내수를 고려하면,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계청의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매판매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다. 건설 투자를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든 가운데, 선행 지표인 건설 수주 역시 11조 3000억원으로 2월 기준 6년 이래 가장 최저치를 보여 전망이 밝지 않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안은 민생과 내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영역의 규모가 부족한 것은 물론, 자영업자들의 고정 비용 부담을 일부 경감해주는 등 일부분에만 그쳐 정책적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보다 구조적으로 내수 경기를 견인할 수 있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이번 추경이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이 아니며, 시급한 사안들에 우선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경기 진작을 목적으로 편성한다면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포함, 소비와 투자 쪽으로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난 17일 브리핑 당시 설명했다. 다만 증액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하고자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이에 보다 구체적인 추경안과 방안의 공은 차기 정부에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생과 내수 지원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추경안 통과 시기를 더욱 늦출 수는 없다”며 “시간이 갈수록 재정의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신속히 집행하되 차기 정부에서 1~2차례 추경에서 필요한 민생 위주의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