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주 주오만대사] 오만은 아라비아반도 동쪽 끝 인도양과 접해 있다. 인도양에 가장 가까운 중동 국가라는 점에서 일찍이 해양 무역에 능했다. ‘신드바드의 모험’은 오만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해양 상인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다. 19세기에는 아프리카 동부까지 진출해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인 잔지바르를 지배하고 중동-아프리카 일대에서 해양 제국을 이루기도 했다.
 | 김기주 주오만대사(사진=외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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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의 관계는 생각보다 오래전 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학계의 원로인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역사 문헌과 발자국을 촘촘히 추적해 이미 당나라 때 아랍과 신라 간의 교역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주한대사를 10년 이상 지내 반(半) 한국 사람이라는 모하메드 살림 하무드 알 하르시 전 대사도 과거 오만 상인들이 한반도까지 와서 무역을 했으리라 보고 있다.
오만은 ‘중동의 스위스’라고 불린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오만의 지형 때문이다. 아라비아반도는 대체로 평지 사막인데 오만에는 산지가 있다. 중부에는 해발 3000m의 산맥이 그랜드캐니언 같은 절묘한 풍광을 펼친다. 산의 실루엣을 보면 왜 중동의 스위스라고 하는지 이해된다.
둘째, 오만의 외교적 특성이다. 오만은 중립을 표방하면서 ‘모든 나라의 친구이자 적이 없다’(Friend of every one, enemy to none)고 자부한다. 동양의 인자무적(仁者無敵)을 연상케 하는 외교 철학이다. 더욱이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중동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외교를 구사한다. 오만 외교의 최대 자산은 신뢰다. 이를 기반으로 능수능란한 중재 역량을 발휘하곤 한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핵협상 중재는 대표적 사례다. 이런 점에서 중립-신뢰-중재를 근간으로 하는 오만 외교는 종종 스위스 외교와 비견되고 있다.
오만은 적극적인 국가 발전 행보에 나서고 있다. 2040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들겠다는 비전하에 그린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 제조업 육성, 산업 다각화에 적극적이다. 인도양으로 바로 연결되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동과 인도양 무역권, 아프리카 일대를 잇는 지역 허브로서 발돋움한다는 복안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작년 수교 50주년을 넘어 관계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오만의 강점이자 국가 개발 전략의 우선 분야인 신재생 에너지에서 협력할 여지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오만 모두 대표적인 해양 국가라는 점에서 물류 분야 등에서 협력을 찾아 나갈 수도 있다. 우리 청해부대에 오만이 기항지로서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데도 해양국가라는 공통 유전자(DNA)가 이면에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중동 정세의 동태적인 변화와 오만의 역할이다. 중동은 국제 정세의 주요 변수로서 주요국 당국자들의 전략 구도에 핵심 사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만은 중동 정세를 예리하게 읽어 내고 섬세한 균형 감각을 갖춘 중재자로서 평가받고 있다.
오만과의 협력은 한국 외교가 중동에서 협력의 보폭을 넓히고 전략적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힘을 실어주는 접점이 될 수 있다. 재생 에너지, 해양 물류, 안보 협력 등 실질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협력의 저변을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나아가 오만의 외교적 신뢰와 중재 역량은 한국이 중동과 파트너십을 굳건히 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