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대기업들이 법인세 대부분을 부담하는 편중 구조가 여전하다. 국세청이 국회 재정기획위원회 소속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순이익) 상위 0.01% 법인(105개)이 납부한 법인세는 19조 2476억원으로 전체 법인세 세수 58조 1649억원의 33%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최근 수년간 30~4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범위를 넓혀 보면 상위 0.1% 법인(1058개)은 34조 4917억원, 상위 1% 법인(1만 584개)은 47조 6042억원, 상위 10% 법인(10만 5849개)은 55조 8912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해 전체 법인세 세수에서 각각 59%, 82%, 96%를 부담했다.
이처럼 상위 10%가 법인세의 거의 전부를 내는 가운데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 법인 비중이 전체 법인의 절반을 넘고 있다. 지난해 법인세 신고를 한 105만 8498개 법인 중 법인세를 안 낸 면세 법인은 57만 1293개로 54%를 차지했다. 이들 법인은 적자이거나 순이익보다 공제·감면액이 더 커서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면세 법인 비중은 2017년 46%에서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증가했다.
요약하면 우리나라 법인세는 세원 기반이 좁아 돈을 잘 버는 소수 대기업들에 세 부담을 집중시키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기업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실효세율 기준으로 2023년 현재 24.2%로 OECD 평균보다 2.1%포인트 높다. 순이익 규모가 큰 주요 대기업들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도 26.4%로 OECD 평균보다 2.8%포인트 높다. 게다가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이 닥치면 정부가 어김없이 법인세율 인상 카드를 꺼내 들곤 한다. 최근에도 정부는 법인세율 1% 포인트 인상을 추진 중이다.
법인세 세원 편중 구조를 놔둔 채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기업들에 오히려 페널티를 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세원 편중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정부는 비과세·감면을 줄이고 기업 수익력을 강화해 세원 기반을 넓히는 방향의 정책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