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빅딜없이 자율 강조 석화 대수술, 위기해법 이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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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8-22 오전 5:00:00

    수정 2025-08-22 오전 5:00:00

과잉생산으로 인한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에 정부와 업계가 ‘자율 협약’이란 형식으로 합의했다. 요지는 만성 공급 과잉인 국내 에틸렌 생산을 최대 370만t 줄인다는 것이다.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의 물량을 4분의 1가량 감축하는 것이어서 향후 상당한 노력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나온 이번 구조조정 합의안에서 주목되는 것은 세제 지원이나 공정거래법 독과점 담합 규정의 예외 적용 등 업계가 요구해온 구체적 규제완화책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조금 지급도 없어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에 정부가 내놓은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나간 게 아예 없다는 혹평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생산량 줄이기로 제살 깎아먹기 식 치킨게임을 지양한다는 정도의 방향설정에 그쳤다.

오히려 업계 자율을 유난히 강조한 이번 구조조정 협약을 통해 위기의 석유화학 산업계가 혹을 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게 생겼다. 무엇보다 고용 감축 없는 구조조정을 정부가 요구했다는 점이다. 업계는 위기 와중에서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말이 최소화지 인력 감축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중국의 맹추격이 선을 넘었고 과잉생산으로 회사는 생존을 걱정하며 구조조정에 나서는 데 남는 인력을 손대지 못하게 하면 공멸하자는 것인가. 회사를 살려놓고 재고용하는 등의 신축적 대응은 기업에 맡기는 게 구조조정 촉진의 기본 전제다.

금융회사들이 자구 노력을 전제로 자금 지원 여부를 정하는 것은 상식과 이전 사례로 볼 때 타당하다. 하지만 정부의 세제 및 규제 완화 지원까지 모든 것을 대주주 사재출연 등과 바로 연계시키는 것은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늦어진 판에 신경전이나 벌이다 구조조정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서는 같은 대주주의 다른 계열사 지원이 개정된 상법의 ‘강화된 이사 의무’ 위반으로 배임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새로 부각됐다. 숱한 논란과 우려에도 무리하게 처리한 법이 복병처럼 이런 데서 걸림돌이 된 것이다. 당근은 없고 채찍만으로 위기의 석유화학 산업이 군살을 빼고 과잉생산의 공멸 위기를 조기에 벗어나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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