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의 근본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계부처와 협의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하겠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범위를 좁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면 관계부처와 밤을 새워서라도 결론을 끌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산분리는 43년 된 낡은 규제다. 인공지능(AI) 투자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AI 기술 혁신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신속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
금산분리 완화 논의의 물꼬는 다름아닌 이재명 대통령이 텄다. 이 대통령은 10월 초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독점의 폐해가 없다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금산분리 등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튿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도그마를 벗어나 사회적으로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접근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글로벌 AI 투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픈AI,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수십, 수백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투자엔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된다. 기업이 설립하고 운용하는 투자펀드에 블랙록 등 굴지의 자산운용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기는 우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내에선 기업이 펀드(금융)를 설립한 뒤 글로벌 투자자는 고사하고 국내 은행의 자금조차 끌어모을 수 없다. 산업자본과 금융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금산분리는 재벌이 계열 금융사를 사금고처럼 악용하는 걸 막고, 산업과 금융의 동반부실을 예방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면 철폐가 어렵다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공장 증설, 데이터센터 건립 등 AI 관련 투자에 한해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과 공정거래위원회라는 벽을 넘어서는 게 관건이다. 특히 민주당은 강령에 “금산분리 원칙을 견지한다”고 명시했다. 원칙을 지키되 예외를 허용하는 실용적 접근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