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일 공청회에서 50~60%, 53~60% 두가지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고위 당정협의는 지난 9일 원안보다 더 세게 나갔다. 최종안은 11일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48%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했지만 당정은 이를 외면했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스스로 제 발목을 잡는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기후변화 대응이 인류의 공통과제임은 부인할 수 없다. 10년 전 파리 기후총회에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파리기후협정이 채택됐다. 한국도 협정 당사국으로 5년마다 10년 단위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파리협정 10주년을 맞아 지금 브라질에선 제3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진행 중이다. 한국도 김성환 기후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파견했다.
하지만 파리협정은 이상에 치우친 나머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열린 COP30 정상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데 실패한 건 냉정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2위국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인류 최대의 사기극”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1위국인 중국은 2035년까지 피크연도 대비 7~10%를 줄이겠다는 미온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국익을 최우선으로 내린 결정이다.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 K제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과도한 감축 목표치는 이들의 발목에 묵직한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격이다. ‘사기극’이라며 파리협정에서 탈퇴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동참하되 국익을 봐가며 눈치껏 목표치를 정하면 된다. 정부가 산업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있다. 석탄·가스 화력발전은 탄소를 배출하는 주범이다. 반면 원전은 탄소 배출이 사실상 제로다. 기존 원전 수명을 제때 연장하고 신규 원전을 몇 기만 더 지어도 산업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