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11월 마지막 날 외국인이 코스피 개장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같은 달 기록적인 연속 순매수에 대한 부담으로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진 가운데, 정치적 이벤트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 대선 종료와 신흥국 시장(EM)으로의 자금 유입 등은 여전할 것으로 보여, 해당일 외국인 순매도는 일회성 성격이 짙은 것으로 판단된다.
11월 30일 코스피 개장 이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일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11 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증시에 유입되며 증시 상승을 뒷받침했던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변심은 투자자들을 당혹시키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가파른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으로, 지난달 11월 29일까지 코스피는 16.2%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단기급등으로 인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업종이 반도체라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리밸런싱의 영향이 있는 걸로도 보이는데, EM 지수 내 인도의 비중이 증가한 반면 한국의 비중은 12.1%에서 11.8%로 축소, 패시브 자금에서 자금유출 압력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와 중국해양석유를 규제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린 점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재점화 가능성을 높였고, 투자심리 위축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도폭탄이 자금 유출의 신호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올 요인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최근 아시아 EM 가운데 인도와 대만의 실적추정치가 국내보다 가파르게 상향조정되고 있지만, 국내 역시 12개월 선행 기준으로 코스피의 당기순이익 추정치가 130조원으로 지난달 126조원에 비해 3.4% 증가했다”며 “반도체를 필두로 실적개선 기대감이 유효하고 원화강세가 지속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국내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