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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2009년 공식적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선언한 지도 어느덧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2013) 출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편입(2016), 디지털 위안화(e-CNY) 시범 운영(2019) 등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굵직한 정책들을 잇달아 내놨다. 2024년 현재 위안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약 2.18%를 차지하며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에 이어 여섯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비축통화로 자리매김했다. 결코 초라한 성적표는 아니지만 2020년 무렵 위안화가 미 달러와 유로에 이어 세계 3대 통화로 부상할 것이라는 당시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위안화의 국제화 수준은 어디까지 왔나. 프린스턴대 피터 B 케넌 교수는 1983년 출간한 저서에서 기축통화가 갖춰야 할 네 가지 조건으로 △세계적으로 큰 경제 규모 △통화 가치의 안정성과 신뢰성 △폭넓은 화폐 교환성 △선진화한 금융시장과 국제적 접근성을 제시했다. 위안화는 이 중 첫 번째와 세 번째 조건에는 일정 부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국내 총생산(GDP)의 약 17%를 차지하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갖췄고 무역 규모 역시 전 세계의 약 13%로 단일국가 중 가장 크다. 이처럼 첫 번째 조건은 충분히 충족한다.
반면 두 번째와 네 번째 조건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위안화는 관리변동환율제(Managed Floating Exchange Rate System)를 채택해 환율 안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시장 개입이 잦고 자본 유출입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는 통화의 신뢰성과 국제적 접근성, 그리고 금융시장 선진화 측면에서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도약하는 데 여전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기존 민간 결제 시스템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습관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09년 홍콩을 통해 역외 위안화 ‘딤섬펀드’가 발행되며 위안화 국제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던 것처럼 앞으로 중국이 추진하는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 역시 홍콩을 기점으로 e-CNY와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을 확대하는 시도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글로벌 통화 질서가 디지털화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맞아 우리도 원화의 경쟁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결제 인프라, 국제화 전략, 규제 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원화의 현주소를 평가하고 달러와 위안화 등 주요 통화와의 경쟁 구도 속에서 정책 및 기술적 혁신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