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여러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적 자원에서 한국이 경쟁국들에 크게 뒤져 있음이 또 확인됐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중국투자진흥사무소(ITPO)가 공개한 ‘글로벌 AI연구 보고서’에서다. ITPO가 최근 10년간 발표된 주요 AI 논문 9만 6000여 편과 이를 작성한 연구자 20만여 명을 대상으로 발표량과 인용 횟수 등을 평가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AI 인재’ 중 한국 연구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중국이 57명으로 20명의 미국을 압도했으며 싱가포르(7명)독일(5명)영국(4명)순이었다.
인재와 인프라가 AI 패권 경쟁의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볼 때 보고서 내용은 우울하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의 벨퍼센터가 한국의 AI 경쟁력을 미국, 중국보다 크게 낮은 중위권(9위)으로 평가하면서 기업 투자 감소와 함께 인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은 것이 불과 1개월 전이어서다. IT 강국을 자부해 온 한국이 AI에 관한 한 연거푸 인재 부족 국가로 지적받은 셈이니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인재 양성은 물론 관리 등 정책 전반의 효율적인 개선과 정비가 따르지 않는 한 외부의 박한 평가는 계속될 우려가 크다.
이런 점에서 100대 인재에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권인소 KAIST 교수의 진단은 의미가 크다. 그는 “100대 인재의 절반 이상이 중국계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고 했다. “중국 대학과 협력할 때마다 수백 명의 학생이 밤새 연구하는 모습을 보면 무서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성과는 10여 년 전부터 인재와 기초과학에 투자한 덕”이라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과 같은 파격적인 인재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기업 문화와 연구 풍토에서는 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인구 1만 명당 AI인재 순유출이 0.36명으로 OECD 38개국 중 바닥권인 35위였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하기 좋은 곳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들어오는 인재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3강의 꿈은 거저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의 획기적인 발상 전환과 새 정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