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가 다시 난관에 부닥쳤다. 한국인 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세 후속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미국에 투자하려는 다른 국가나 기업들을 겁주어 쫓아내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그들을 환영하며, 그들의 직원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앞서 크리스토퍼 란다우 국무부 부장관도 서울에서 열린 외교차관 회담에서 사태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제 구금 사태를 추스르고, 관세 협상을 통해 한미 경제동맹을 강화하려는 기존 전략을 차질 없이 이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미국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 우리 근로자 300여 명을 마치 불법체류 잡범처럼 취급하고 인권을 침해한 것은 한국인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 기업들이 일정 기간 직원들을 데리고 오길 바란다”고 말했으나 말로는 부족하다. 월스트리트저널지는 지난주 “미국이 더 많은 투자를 받으려면 더 많은 임시 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미 투자 기업을 위한 특별 비자 발급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그래야 차갑게 식은 한국인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나아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해서도 미국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일본,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과 무제한 상시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신흥국 중에선 멕시코가 유일하다. 한국이 투자를 약속한 3500억달러(약 486조원)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8월 4163억달러)의 84%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과거 달러가 확 빠져나갈 때마다 한국 경제가 휘청거렸다. 투자할 테니 ‘안전판’을 마련해달라는 한국의 요구는 타당하다.
다른 한편 구금 사태의 앙금이 한미 경제동맹 업그레이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두 나라는 지난 여름 큰 틀에서 관세협상을 타결지었고, 8월 하순엔 백악관 정상회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3500억달러 활용법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더 큰 목표를 향한 진통에 그쳐야 한다. 두 나라는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중요한 것은 양국이 대화와 양보로 경제동맹 강화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