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앞둔 베이징, 시내 활보한 전차·미사일[중국은 지금]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베이징 시내 중심지인 따왕루(大望路) 지하철역 인근, 토요일 주말이던 지난 16일 오후 이곳 인근에는 수많은 공안과 정부 관계자들이 길게 설치된 철제 펜스 옆에 서서 주변을 통제하고 있었다.

중국 베이징 시내 따왕루 지역 일대가 전승절 행사 준비를 위해 통제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톈안먼(천안문) 인근인 이곳에서는 중국 정부가 다음달 3일 열릴 예정인 전승절(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 80주년 기념 열병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톈안문을 중심으로 베이징 중심가를 봉쇄하면서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이 제한되고 일반 차량 진입은 물론 오가는 시민들의 이동도 통제됐다.

거리를 통제하던 공안에게 “길 건너편 식당에 가야 한다”고 말하니 그는 “지금 시내에 있는 식당은 모두 문을 닫았다”고 답했다. 언제쯤 다시 통제가 풀리냐고 물어보니 내일까진 기다려야 한다는 게 공안의 설명이었다.

미처 통제 정보를 알지 못한 시민들은 당장 발이 묶였다. 베이징 중심업무구역(CBD)에 볼 일이 있어 나왔던 한 중국인은 “다시 집으로 가야 하는데 거리가 통제돼 나갈 길을 찾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베이징 톈안먼 인근 시내 도로에서 전승절 훈련에 참여한 중국군 전차가 지나가고 있다. (영상=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베이징 톈안먼 인근 시내 고가도로에서 전승절 훈련에 참여한 중국군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영상=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오후 6시가 지나니 철제 펜스 앞에서 몰려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맞은편 시내 중심 도로에서 열병식 훈련에 참여하던 중국군이 등장한 것이다.

도로 위편 고가에서도 중국군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편을 호소하던 사람들은 일제히 몰려들어 지나가는 중국군 장비의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통제로 인해 가까이에서 직접 중국군 전력을 확인할 순 없었지만 이날 열병식 훈련 대열에는 수십여대의 전차는 물론 거대한 미사일과 각종 군용 장비를 실은 차량이 천천히 베이징 시내를 활보했다. 군 차량이 싣고 있던 장비 중에는 길이 약 20m의 초대형 검은색 물체도 보였는데 이는 핵 탑재가 가능한 무인잠수정으로 관측됐다. 행사 때 참석자들을 위한 용도로 보이는 무대 설비(좌석 등)를 적재한 수십여대의 대형 화물차가 톈안문 쪽으로 향하기도 했다.

지금 베이징은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9일 톈안먼 지역에서 전승절 80주년 제1차 종합 연습·훈련이 진행됐으며 2만2000여명이 훈련과 현장 통제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전승절을 보름 정도 앞둔 이달 중순부터는 훈련과 통제가 좀 더 본격화된다. 베이징시에 따르면 이번 주말인 15일부터 17일까지 시내 주요 지역이 훈련에 따라 통제되고 위험 화학 물품을 적재한 차량 운행은 전면 금지됐다.

전승절 행사가 여러 국가정상이 참여하는 국제무대인 만큼 베이징시 보안 통제도 강화한다. 톈안문광장은 이달 2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대외 개방이 중단되고 왕푸징, 첸먼 같은 관광지도 통제된다.

이달 1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차량 홀짝제 운행이 시행된다. 해당 기간 합법적인 베이징 진입증이 없는 외부 차량은 5환(5차 순환도로) 내 운행이 금지된다. 이미 베이징 일대엔 드론 비행이 금지된 상태다.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시내 고가도로에서 검은색의 무인잠수정(오른쪽)을 실은 군용 차량이 지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정부는 이번 전승절 행사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확고한 리더십을 대외에 알리는 한편 다자주의를 위한 외교 무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을 확정했고 중국의 우방국 정상들이 대거 방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행사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을 초대한 것으로 알려져 참석 여부가 주목받은 바 있다. 이들의 참석 가능성이 높진 않으나 그만큼 중구이 전승절 행사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편 15일부터 진행한 2차 훈련은 17일 오전 3시 30분에 마무리됐다. 이번 훈련엔 1차보다 많은 4만여명이 동원됐다. 신화통신은 “두 번째 훈련은 더 많은 요소와 단계를 추가해 기념식, 집결·대피 등 각 절차가 질서 있게 진행됐다”면서 “관련 당국은 이번 훈련 기간이 더 길고 관련 지역이 더 넓었다며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의 이해와 지원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중국 베이징 시내 따왕루 지역 일대가 전승절 행사 준비를 위해 통제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