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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부 출범도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수부양책은 경기의 추가 추락을 막는 버팀목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정부 출범 초기 법제화를 공언하고 있는 상법 개정 역시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년 저평가 종목들인 지주회사의 강세는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기대가 투영된 결과다.
미국 증시도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 조치 이후 빠르게 반등하고 있지만 한국증시에 비하면 상승의 기울기가 완만하다. 연간 성과를 비교해 보면 양국의 차이는 더 도드라지는데 2025년 들어(~6월9일) 한국 코스피(KOSPI)는 19.0% 상승한 반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1% 상승에 그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미국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승승장구한 반면 한국증시는 장기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나온 말이다. 최근의 흐름은 일시적 반전일까, 구조적 변화의 초기 국면일까.
최근 미국 증시는 다시 역사적 고점 부근까지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 6월9일 종가 기준 S&P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이익비율(PER)은 22.8배에 달하고 있다. 1985년 이후 PER 20배 이상에서 S&P500지수에 투자했을 때 1년 후 성과는 연평균 0.3% 상승에 불과했고 3년 후 성과는 연율 -0.9%, 5년 후 성과는 연평균 -1.2%를 기록했다. 반면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PER은 9.8배 수준으로 여전히 저평가 권역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증시도 때로는 장기성과가 부진하던 국면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1969~1982년의 장기 박스권(S&P500지수 연평균 등락률 -0.4%)이 있었고 2000~2011년에도 미국 증시는 장기 횡보(S&P500지수 연평균 등락률 -2.8%)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증시가 보여준 두 차례의 장기 횡보 국면에서는 모두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가 매개가 된 달러 약세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현 상황과 기시감을 느끼게 해준다.
한국과 미국증시의 장기 수익률 역전도 늘 나타났던 현상이다. 대개 10년 정도 주기로 인기와 소외가 교차했다. 1980년대는 한국증시 우위의 시대였다. 당시 미국증시도 1970년대의 장기 횡보를 딛고 연평균 +12.6%라는 초강세장을 구가했지만 1980년대의 주도시장은 동아시아 증시였다. 일본과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신흥국들(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는데 당시 코스피의 연평균 상승률은 +24.7%였다.
2000년대는 중국이 중심이 된 신흥국의 시대였다. 한국도 중국경제 고성장의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했다. 이 시기 미국은 주택시장 버블이 붕괴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대 코스피의 연평균 상승률은 5.1%, S&P500지수는 -2.7%였다. 2010년대 이후로는 다시 미국이 부각했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주도했다. 한국은 중국의 고성장이 일단락되면서 성장을 위한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했다. 2009년 이후 2024년까지 S&P500지수는 연평균 11.7%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2.7%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증시는 이웃 일본이 지난 10년 동안 성공적으로 수행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첫발을 내딛고 있다. 장기간 주가가 횡보한 데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도 거의 없다. 반면 미국증시는 미래에 대한 과잉 낙관을 이미 주가에 투사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한미 증시의 수익률이 역전되는 초기 국면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