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지난 달 18일 국방·방산 분야 업무보고에서 이용철 방사청장은 방사청을 현행 ‘청’에서 ‘처’로 승격하고, 명칭을 국가방위자원산업처로 바꿔 총리실 소속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국방부 산하 무기 획득 기관의 틀을 넘어, 전 부처에 흩어진 방위·안보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상위 행정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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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장의 건의는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국제 방산 환경이 급변하면서 단순 무기 구매·조달 중심의 행정 체계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절충교역, 기술 이전, 현지 생산, 외교·산업 연계가 결합된 현재의 방산 수출 구조상 국방부 단독 관할 체계는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이 청장은 “방사청 출범 당시에는 획득 중심 조직이었지만, 이제는 국정 과제 자체가 ‘방산 4대 강국’으로 전환됐다”며 “구매·연구개발·수출이 균형 있는 사업 축이 된 만큼 이에 맞는 행정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방산 수출이 획득의 파생 기능으로 취급됐지만, 이제는 연구개발·구매와 동등한 정책 축으로 격상됐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전 부처의 역량을 조정·결집할 수 있는 상위 행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처 승격을 제안했습니다.
방사청의 주장에는 정책적 명분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용 및 관용 헬기 사업의 통합 관리입니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은 국내 개발 헬기로 2012년 육군에 첫 인도 이후 약 250여 대가 전력화되며 대한민국을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으로 올려놨습니다. 수리온은 병력·화물 수송용 기동헬기를 넘어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의무후송헬기 ‘메디온’ 등으로 파생됐습니다.
현재도 해병대 상륙공격헬기와 해군 소해헬기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이라크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최초 수출 성과도 냈습니다. 관용 헬기 분야에서도 수리온은 경찰·해경·소방·산림청으로 운용 범위를 넓혔습니다. 현재까지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관용헬기용 수리온은 경찰 14대, 해경 9대, 산림청 4대, 소방청 8대 등 총 35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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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 함정 역시 전시 동원 가능 자산이라는 점에서 군용 함정과의 통합 발주 가능성이 있습니다. 평시에는 치안·수색·구조 임무를 수행하지만, 유사시에는 군사 작전에 연계될 수 있는 만큼 선체 설계·엔진·센서·통신 체계를 일정 부분 표준화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국가방위자원산업처 구상은 이러한 헬기·함정 등 안보 자산을 ‘국가 방위자원’으로 묶어 통합 관리·획득하자는 발상에서 출발합니다. 방사청은 이를 통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국내 조선·항공 산업 등의 생산 안정성과 수출 경쟁력까지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청장은 이 대통령의 소방 R&D 발언도 중요한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소방청 업무보고에서 “위험한 화마 속에 사람이 장비를 메고 들어가야 하느냐”며 로봇 소방 등 첨단 기술 개발 필요성을 언급했고, 방사청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와의 공동 연구개발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
이 청장은 “전 부처에 흩어진 헬기·함정·재난 대응 자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면 ADD와 소방청 간 R&D 협업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며 국가방위자원산업처의 기능적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방사청의 구상은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는듯 합니다. ‘범정부 안보장비 통합 획득 및 관리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해 실행 단계에 들어간 정책 구상임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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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개편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공감대와는 별개로, 국방부 내에선 추진 방식에 대한 불만이 감지됩니다. 방사청이 국방부와의 충분한 내부 협의 없이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직접 처 승격과 소속 재편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기정사실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제가 의원 시절에 방위사업청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아주 심혈을 기울였다”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업무를 조정하고 소속을 바꾸자는 이야기인데, 내부 토론은 아직 안 해본 것이냐”면서 “오늘 여기서 결정할 사안은 아니고, 국방부와 함께 논의해보라”며 즉각적인 판단은 유보했습니다.
단, 이 대통령이 “하나의 무기체계를 한 부처가 혼자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고 강조한 만큼, 방산 수출 확대, 국가 안보 자산 통합, R&D 협업이라는 구조적 변화 요구는 분명합니다. 국방부·방사청·관계 부처 간 조직과 기능 재편을 둘러싼 논의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되돌아 볼 점은 방사청이 그만큼 전문성이 있느냐는 점입니다. 본연의 임무인 획득 업무에서도 지침이나 행정처분 검토 등을 미리 하지 않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 처방으로 모면해 왔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특정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도 스스로 번복했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는게 방사청 자화상입니다. 그런데도 연구개발·국가방위자원 획득·산업 생태계 활성화·수출·산업협력까지 책임지는 몸집만 키우는 꼴이 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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