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로는 1997년 처음으로 중국에 야심차게 진출했던 입장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그동안 시장 개척을 위해 애써 왔으나 결국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장벽을 뛰어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중국 시장이 바깥에서 바라보듯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트가 이미 5~6년 전부터 현지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움직임이 그렇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한때 중국 전역에 매장을 27개까지 늘렸으나 현재 7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 점포들도 임대료 정산 및 고용문제 협의가 끝나면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기까지 이마트의 사업전략이 부실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국기업에 대해 폐쇄적인 분위기를 떠올리면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기에는 애당초 한계가 분명했다. 최근 사드 보복으로 한국 기업들이 집중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까지 거론할 필요가 없다. 걸핏하면 공안이 개입하던 초창기에 비해서는 상당히 개선됐다고 해도 애매한 법체계가 외국기업들의 활동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다른 외국기업들 가운데서도 보따리를 싸는 경우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중국 시장에 깔려 있는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외국기업으로는 1979년 중국에 첫 진출했던 일본 가전업체 파나소닉이 이미 2년 전 중국 내 텔레비전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화장품 회사인 레블론을 포함해 로레알, 마이크로소프트, 샤프 등이 중국에서 철수했으며, 세계적인 하드디스크 제조업체인 시게이트도 최근 중국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누릴 수 있었던 저임·세제 혜택도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 상당수가 일찌감치 동남아로 눈길을 돌린 것이 그런 이유다. 이러한 시행착오 과정에서 치른 수업료도 만만치는 않다. 섣불리 중국에 진출했다가 야반도주한 경우도 수두룩하다. 이마트의 중국 철수 움직임은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장기적이고도 철저한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새삼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