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최근 시장에 무수히 많은 인공지능(AI) 포럼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참석해 달라는 연락이 온다. 그러나 모두 거절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필자는 이코노미스트일 뿐 AI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자칭 AI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줄을 세울 만큼 차고 넘치는데 나한테까지 연락이 왔다는 건 실상 시장에서 인정할 수준의 실력 있는 AI 전문가가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편 최근 민간에서 AI 붐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AI가 이슈가 된 것이 한참인데 왜 이제야 갑자기 모두 뛰어드는 것일까. 최근에 획기적인 기술 향상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도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여당의 정책공약집을 보면 경제 부문의 첫 번째 공약이 바로 ‘인공지능 대전환(AI Transformation, AX)을 통한 AI 3강으로 도약’이다. 또한 대통령실에 AI 미래기획수석 직을 신설했고 이번 추경에 바로 AI 관련 예산도 배정했다. 아마 2026년 본 예산을 기획하고 있을 텐데 AI에 관한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즉, 정부가 AI에 재정을 집중한다는 것이고 이는 돈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민간 입장에서는 새 정부가 가장 힘을 주는 어젠다를 뒷받침할 능력이 되는 AI 전문 기관 또는 전문가라는 어필을 정부에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려면 가장 손쉬운 방법이 포럼이나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이리라.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정부 자금을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의 기회를 잡기 위한 것일 수 있다. 한편, 정부 부처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과거 경험상 새로운 산업과 시장에 접근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정해지면 많은 부처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곤 했었다. 왜냐하면 예산이 곧 부처의 힘이기 때문이다. 지금 AI만 하더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그 무게 중심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술에 둬야 하는지, 산업부의 산업인지,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투자인지 확실치가 않다. 나아가 AI 경쟁력은 AI 전문가이고 이는 교육이기에 교육부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그래서 민간이든 정부든 자칫 잘못하면 소위 말하는 ‘AX 복마전(伏魔殿)’에 빠질 수도 있다. 아마 AI 미래기획수석을 만든 이유는 가장 중요하게는 관련 기술, 산업, 시장, 인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코디네이션이겠지만 부차적으로는 부처별 교통정리를 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또한 AI 미래기획수석과 과기부 장관을 민간 출신으로 발탁한 것은, 단체나 개인이 이 어젠다에 접근할 때 국가를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사적 이익을 위해 불순한 의도를 가지는지를 가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우려가 기우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너무 오래 살아서 볼 거 안 볼 거 다 봐서일 수도 있고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좋지 않은 삶의 태도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AX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한국 경제의 모습을 쭉 지켜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게 활력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먼데 발걸음은 느리기만 하고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다. 새로운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필요한 이때 AX는 새 정부 경제 정책의 1번 타자로서 완벽한 어젠다다. 성공만 하면 한국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하고 정말 그때는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초강대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지금의 침체하는 추세로 보아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설 기회는 없다. 그래서 새 정부의 다른 경제 정책 어젠다에 대해서는 일부 생각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지만 ‘AX를 통한 AI 3강으로 도약’이라는 이 어젠다는 꼭 성공했으면 한다. 아니 반드시 이뤄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