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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한 청바지에 후드집업 티셔츠. 드라마에 간혹 등장하는 ‘회장님’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김정완(68) 매일홀딩스 회장은 연신 이같이 말하며 ‘매일’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진심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넥타이 없는 소탈한 모습에 잠시 놀라자, 그는 “내가 아닌 걸 어떻게 보여주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김정완 회장은 2006년 타계한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의 장남이다. 1986년에 매일유업에 입사해 꼼꼼하기로 유명한 김복용 회장으로부터 20년 가까이 경영수업을 받았고 2010년 회장직에 올랐다. 그리고 그는 유가공업체인 매일유업을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경영 하에 매출은 수천억원대에서 매일홀딩스 연결기준 2조 190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 놀라운 성장 비결이 궁금해졌다.
-김복용 선대 회장의 신념은 ‘낙농보국(酪農報國)’이었는데.
△다른 우유업체는 우유공장을 만들어서 했는데 우리 아버지는 젖소를 비행기로 들여와서 농민에게 나눠주면서 낙농을 했다. 1960년대였다. 우리나라가 못 살 때여서 국민을 잘 먹고 살게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신념이 있었다. 그런데 리스크가 참 많았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1년 동안 깊이 고민했다. 과거엔 양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경제도 성장했으니 ‘제대로 된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상하목장 유기농 사업을 시작하고 상하식당 등의 외식 사업을 통해 ‘제대로’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매일유업의 프리미엄 유기농 브랜드 ‘상하목장’은 어떻게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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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상하농원 하나를 운영하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과 공부가 필요했다. 만약 경산에서 사업을 한다면 사과 농원을 해야 할 텐데 나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우유는 남는 게 없지 않나.
△다들 우리가 우유 회사인 줄 아는데 우리는 마시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두유, 아몬드 음료 등 다양한 음료에서 1위를 하고 있다. 무설탕 두유 등 차별화된 제품도 개발 중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게 나의 철학이다.
-사실 굉장한 미식가로 알려져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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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프레젠테이션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그리고 우리의 진정성을 인정받아 그 귀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다른 브랜드가 몇백 개씩 문을 열 때 우린 1~2개 매장만 열었다. 운영도 우리가 직접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달 21일 서울 광화문에 카페 폴바셋, 프리미엄 식빵 브랜드 밀도의 컬래버레이션 매장인 ‘폴앤밀도(PAUL & meal°)’가 문을 열었는데.
△외식사업 시작할 때 식당, 카페, 베이커리 다 따로 놀더라. 이걸 합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빵도 있고 커피도 있고 상하아이스크림도 넣은 복합매장을 시작했다. 이번엔 밀도 주방이 작아 아쉬웠다. 다음에는 밀도를 더 크게 넣어서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이런 구성으로 미국 LA나 뉴욕에도 내보려고 한다. 오늘 해보니 제대로 들어가야겠단 생각이 든다. 할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