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완 회장의 상하농원 철학…"맛도 멋도 ‘제대로’"

■예종석의 파워인터뷰-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①
초저출산 초고령화 예견..사업다각화 풀가동
유기농 싸게 공급하고 싶어 '상하목장' 시작
'상하식당' 등 외식사업 통해 '멋'도 덧입혀
농업대학 설립해 '가치 있는 일' 이어갈 것
  • 등록 2025-04-29 오전 6:00:00

    수정 2025-04-29 오전 6:00:00

우리 사회의 따뜻한 온정을 위해 공헌하고 있는 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명사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그들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공유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통찰과 영감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이 김복용 선대 회장의 초상화 앞에서 매일유업이 만든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대담=예종석 명예대기자(한양대 명예교수)·정리=이지현 기자] “우리 것은 진짜 맛있습니다…오직 ‘진짜’만 고집하니까요.”

헐렁한 청바지에 후드집업 티셔츠. 드라마에 간혹 등장하는 ‘회장님’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김정완(68) 매일홀딩스 회장은 연신 이같이 말하며 ‘매일’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진심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넥타이 없는 소탈한 모습에 잠시 놀라자, 그는 “내가 아닌 걸 어떻게 보여주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김정완 회장은 2006년 타계한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의 장남이다. 1986년에 매일유업에 입사해 꼼꼼하기로 유명한 김복용 회장으로부터 20년 가까이 경영수업을 받았고 2010년 회장직에 올랐다. 그리고 그는 유가공업체인 매일유업을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경영 하에 매출은 수천억원대에서 매일홀딩스 연결기준 2조 190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 놀라운 성장 비결이 궁금해졌다.

-김복용 선대 회장의 신념은 ‘낙농보국(酪農報國)’이었는데.


△다른 우유업체는 우유공장을 만들어서 했는데 우리 아버지는 젖소를 비행기로 들여와서 농민에게 나눠주면서 낙농을 했다. 1960년대였다. 우리나라가 못 살 때여서 국민을 잘 먹고 살게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신념이 있었다. 그런데 리스크가 참 많았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1년 동안 깊이 고민했다. 과거엔 양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경제도 성장했으니 ‘제대로 된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상하목장 유기농 사업을 시작하고 상하식당 등의 외식 사업을 통해 ‘제대로’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매일유업의 프리미엄 유기농 브랜드 ‘상하목장’은 어떻게 시작했나.

△제대로 된 걸 먹자고 시작한 일이다. 처음에 유기농을 시작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4배 이상씩 너무 비싸게 받더라. 우린 손해를 보더라도 싸게 공급하자며 ‘착한 혁명’을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유기농 제품 시장의 80~90%가 우리 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1년에 절반은 상하농원에서 머물고 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후 해외의 유명 목장들을 돌아보며 이미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2배의 시간과 돈을 들여 8년만에 국내 최초 농촌 체험형 테마공원인 상하농원을 개장했다. 일본의 체험형 농원인 ‘모쿠모쿠농장’을 모델로 삼아 고창의 특산물을 수제공방에서 가공해 프리미엄 소시지와 김치, 잼, 고추장, 된장, 참기름, 고품질 유정란 등을 생산한다. 고창은 배추도 1등, 소금도 1등, 고춧가루도 1등이다. 1등이 더해지니 고창 김치도 안 맛있을 수 없더라. 옛날 소시지도 만드는데 정말 맛있다. 제일 좋은 게로만 만드는 간장 게장도 정말 맛있다. 연간 15만~20만명이 꾸준히 찾아온다.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 더욱 보람을 느낀다. 나중에는 농업대학을 설립해 가치 있는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 우리 같은 회사가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나와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은 경영자의 덕목으로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꼽았다. (사진=김태형 기자)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 제안이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 많은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상하농원 하나를 운영하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과 공부가 필요했다. 만약 경산에서 사업을 한다면 사과 농원을 해야 할 텐데 나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우유는 남는 게 없지 않나.

△다들 우리가 우유 회사인 줄 아는데 우리는 마시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두유, 아몬드 음료 등 다양한 음료에서 1위를 하고 있다. 무설탕 두유 등 차별화된 제품도 개발 중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게 나의 철학이다.

-사실 굉장한 미식가로 알려져 있는데.

△해외 출장 시에는 꼭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해 현지 음식 문화 트렌드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도입하기도 하고 우리만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도 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키친일뽀르노’와 ‘폴바셋’, 중식 레스토랑 ‘크리스탈제이드’ 등도 우리 것이다. 특히 폴바셋은 우리브랜드다.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호주 바리스타에게 내가 직접 사업을 제안해 그의 이름을 따서 프리미엄 커피전문 브랜드로 설립했다. 현재 14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이 폴앤밀도 매장에서 빵을 담고 있다.(사진=이지현 기자)
-2009년 신세계 강남점에 커피 전문점인 폴바셋 1호점을 열며 큰 화제를 모았는데.

△당시 프레젠테이션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그리고 우리의 진정성을 인정받아 그 귀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다른 브랜드가 몇백 개씩 문을 열 때 우린 1~2개 매장만 열었다. 운영도 우리가 직접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달 21일 서울 광화문에 카페 폴바셋, 프리미엄 식빵 브랜드 밀도의 컬래버레이션 매장인 ‘폴앤밀도(PAUL & meal°)’가 문을 열었는데.

△외식사업 시작할 때 식당, 카페, 베이커리 다 따로 놀더라. 이걸 합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빵도 있고 커피도 있고 상하아이스크림도 넣은 복합매장을 시작했다. 이번엔 밀도 주방이 작아 아쉬웠다. 다음에는 밀도를 더 크게 넣어서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이런 구성으로 미국 LA나 뉴욕에도 내보려고 한다. 오늘 해보니 제대로 들어가야겠단 생각이 든다. 할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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