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29일로 예상되는 경주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관련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막판 조율 중이라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 합의문에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와 미국의 한국 수입품 관세 인하(25%→15%)내용을 담는 것이 핵심이다. 공동 성명에 합의하더라도 관세 협상 양해각서 체결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협상 내용이 구체적으로 도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발 관세 태풍에 휘청인 우리 경제에 이번 공동 성명은 대미 수출은 물론 경제 운용 전반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철강, 자동차 등 고율 관세 직격탄을 맞은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이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관세 인하만큼 화급한 돌파구는 없기 때문이다. 9월 국내 자동차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6.8%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은 7.5% 줄면서 7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은 게 단적인 예다. 협상 타결이 빠를수록 좋다는 데 이의를 달기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건 국익 전체의 크기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협상 후 20일 귀국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발언은 주목된다. 그는 “경주 정상회의가 두 정상이 만나는 흔치 않은 계기이고, 어느 정도 양국 간 일치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시점보다는 결과가 국익에 가장 맞는지가 우선”이라며 기존 협상 원칙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불’이라고 말한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에 대해선 “거기까지 갔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미 투자를 전액 현금으로 하면 외환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한국 측 주장을 미국이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정부 내에서도 협상 속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행사에 맞춰 보기 좋게 결과물을 내놓기보단 진통이 크더라도 국익에 더 큰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정부의 진짜 할 일이다. 모건 스탠리는 최근 “대미 투자의 현금 비중을 10%대로 하면서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는 외환 안정조치가 현실적 타협안”이라고 전망했다. 막바지라 해도 대전제는 국익 최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