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문준용을 만나다]① "굳이 금산갤러리? 구설은 두렵지 않았다"

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 본지 단독 인터뷰
최근 폐막한 전시·작가로서 심경 등 밝혀
"전시작 설치에 여러명 이틀 밤낮 매달려
팔리진 않아도 작가로 새작품 발표 중요"
  • 등록 2020-12-26 오후 4:00:00

    수정 2020-12-27 오후 8:37:37

작가 문준용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이데일리 본사와 금산갤러리로 장소를 옮겨가며 2시간 반여 동안 진행했다. 문 작가는 “작가로서 새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이번 개인전은 중요했다”고 말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작가 문준용(38)을 만났다. 무리에 섞여 있지 않은 그를 단독으로 만난 건 두 번째. 3년 반 만이다. 첫 만남은 2017년 6월 초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작업실에서였다. 당시는 아버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던 때다. 그즈음에 문 작가는 서울 종로구 금호미술관에서 단체전을 열고 있었고, 함께 참여한 다른 작가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절대 유쾌한 관심만은 아니었다. 그는 대선 때 불거진 ‘채용특혜’ 논란에 시달리고 있었다(본지 2017년 6월 5일자 ‘문준용 “대통령 아들? 하루살이 걱정하는 예술가일 뿐”’ 참조).

두 번째 만남은 지난 23일에 있었다. 시간만 흘렀을 뿐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여전히 그는 대통령의 아들이란 유명세를 치르고 있었고, 서울 중구 금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었으며, ‘코로나19 피해 예술인 지원금’ 논란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니다. 변한 건 분명히 있다. 상황은 더 험악해졌고, 그는 예전보다 지쳐 보였다.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 그와 관련한 얘기들과는 다른 말을 직접 들으려 한 것이 그에게 만남을 청한 목적이다. 정치인이나 보수여론과 싸우는 투사가 아닌 ‘예술가 문준용’이 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인터뷰는 이데일리 본사와 금산갤러리로, 장소를 옮겨가며 2시간 반여 동안 진행했다.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증강현실보다 더 증강현실 같은 인터뷰

23일 오후 2시 30분 금산갤러리. 문 작가가 개인전 ‘시선 너머, 어딘가의 사이’를 열고 있는 곳이다. 폐막일인 이날 전시장 안에는 다섯 명 남짓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고, 밖으론 짧게 줄을 선 다른 관람객들이 보였다. 전시장 안 인원 제한에 대기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문제는 전시장을 둘러싼 상황이었다. 시위자들이 갤러리 앞에 모여드는 모습이 포착된 거다. 집회신고를 한 유튜버들이라고 갤러리 담당자가 귀띔했다. 인터뷰 진행이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갤러리가 있는 건물주차장에서 만난 문 작가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안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피해있을 장소’였다. 사실 갈 곳은 딱히 없었다. 코로나 확산세가 찻집·카페 출입까지 막고 있지 않은가. 순간,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의 이데일리 본사가 가장 ‘만만하다’ 싶었다. 잠시 고민하던 문 작가가 “그러자”고 했다.

20여분 뒤, 그가 하는 증강현실보다 더 증강현실 같던 장면을 연출하곤, 가까스로 본사 한 회의실에 그와 마주앉았다. “당황스럽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의외로 덤덤하게 그는 “늘 있어 온 일이라 이젠 괜찮다”고 했다. “싸움꾼이 다 됐더라”며 우스갯소리를 보탠 뒤 그에겐 가장 쉬울, 그러면서도 마땅히 받아야 할 질문을 했다. 이번 전시작에 대해서다. 키워드가 뭔가.

“굳이 뽑아내자면 그림자 증강현실이다. 그간 기술적 실험을 많이 했다. 지금은 작품에 활용할 기술이 정리가 됐고 나만의 매체를 개발하는 데까지 왔다.”

이번 개인전에 내놓은 문 작가의 작품은 총 다섯 점이다. ‘어그먼티드 새도우’(Augmented Shadow·증강 그림자·2020) 연작으로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등의 부제가 붙은 미디어아트를 선뵀다. 타이틀 그대로 그림자를 이용해 증강현실을 구현해내는 장치인데, 사물에 빛을 비추면 실제 나타나야 할 그림자 대신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내 보여주는 거다. 관람객이 어느 공간, 방 혹은 가구라 여겨지게끔 만든 프레임 사이에 이리저리 전등빛을 비추면, 그 빛을 따라 그림자뿐인 인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전부터 그랬듯 문 작가 작품의 핵심은 ‘인터랙션’이다. 관람객이 참여해야, 빛을 움직이든 두 팔을 파닥거리든 동작으로 들어서야 비로소 작동하는 작품이란 거다.

작가 문준용이 지난 23일 폐막한 개인전에 내놓은 작품 ‘증강 그림자’ 연작 중 한 점. 어느 공간, 방 혹은 가구라 여겨지게끔 만든 프레임 사이에 앞에 놓인 전등빛을 이리저리 비추면, 그 빛을 따라 그림자뿐인 인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사진=이영훈 기자).


“10여년 전 첫 작품도 그림자 증강현실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개발이다. 최근 고급센서를 개발해 작품에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는 실험성이 너무 강해 다양한 내용을 만들기 힘들었다. 지금은 안정화됐다.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다.”

시물레이션 인공환경을 내보이는 증강현실. 흔한 용어가 됐지만 일반인이 두루 접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 컴퓨터·모바일게임 정도라고 할까. 이를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끌어들이는 케이스는 흔치 않다. 그만큼 독보적이다.

“아직 구현에 한계가 있다. 최대 10m까지만 센서가 작동하는 거다. 최근 가로세로 10m까지 작동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 센서가 미치는 공간 안에 사람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숨은 사람, 숨어 있던 그림자와 마주치게 하는 작품이었다.”

지난 10월 ‘2020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에 내놨던 작품 ‘그림자 놀이’(2020)를 말하는 거다. 문 작가는 이 기술로 특허까지 받았다고 했다. 이번 전시작 중 그 대작을 테이블 위로 축소한 작품이 나왔다. 유독 문 작가는 작품에 ‘그림자’를 많이 등장시킨다. ‘확장된 그림자’(2010), ‘비행’(2017), ‘그림자 놀이’(2020) 등등. 이유가 있을까.

“어릴 때 장난삼아 뭘 만들다가 우연찮게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 매체를 개발하고 내용을 붙이고. 힘은 드는데 가능성이 많더라. 일단 재미가 있다. 재미가 있으니 계속하게 되더라. 벌써 11년째다. 그림자라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마술 같기도 하고, 뭔가 영적인 게 들어 있기도 하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말라고 했으니. 시적이고 또 서정적이기도 하다. 작품에 그런 서사적 요소를 구현해보려 했다.”

△“개인전, 작가로서 마땅히 해야 했다”

사실 미디어아트 작품이 ‘개인전’으로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단 문 작가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 사정도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이유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거다. 장치에 들인 막대한 비용과 시간 등, 투자에 비해 사겠다고 나서는 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아니, ‘제로’에 가깝다고 해두자. 그런 개인전을 문 작가는 왜 굳이 하겠다고 나섰던 건가.

“새 작품을 발표하는 게 중요했다, 작가로서. 현장에서 팔리지 않을 거란 건 잘 안다. 그래도 포트폴리오는 남지 않겠나.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작가’를 소개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마땅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좋다. 그렇다면 왜 하필 금산갤러리였는데? 구설에 오를 게 자명하지 않았나. 사실 그랬다. 금산갤러리를 운영하는 황달성(67)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산 남항초등학교 동창. 8년 만에 연 문 작가의 개인전 소식이 알려지며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구설은 두렵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겪어낸 일이기도 하고. 그 부분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다만 미디어작가의 개인전은 거의 없고, 또 힘들게 전시를 한다고 해도 팔리지를 않으니 다른 갤러리에 제안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번 전시작을 설치하는 데도 여러 명이 이틀 밤낮을 꼬박 매달렸다. 그 일에 금산갤러리가 선뜻 나서준 거다.”

작가 문준용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이데일리 본사와 금산갤러리로 장소를 옮겨가며 2시간 반여 동안 진행했다. 문 작가는 “작가로서 새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이번 개인전은 중요했다”고 말했다(사진=이영훈 기자).


차라리 해외전을 공략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올해라면 코로나 탓에 그조차 쉽지 않았겠지만, 오히려 이러저러한 사정에 매이지 않고 작가로 인정받기는 훨씬 ‘속편했을’ 거다. 문 작가에게 해외전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원닷제로(2010), 미국 뉴욕의 뉴욕현대미술관(2011),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21세기현대미술관(2014), 프랑스 낭트의 스테레오뤽(2015), 오스트리아 린츠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2019) 등에 두루 출품해 평단과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더랬다. 특히 뉴욕현대미술관에선 그의 졸업작품을 뉴미디어 기획전 ‘토크 투 미’에 내놨고,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선 이 페스티벌이 주관하는 스타츠상에 노미네이트하기도 했다. 막연하게 ‘미디어아티스트’로만 소개된 ‘작가 문준용’의 이력을 확실하게 내보일 수 있는 지점인 거다.

“장단점이 있더라. 해외에서 전시를 하면 오로지 작품만으로 승부를 걸면 된다. 인정을 받으면 자랑스럽고. 하지만 보통 한 번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더라. 그 나라에서 팔아줄 수 있는 갤러리·플랫폼과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미디어아트 작품을 사줄 사람과도 연결이 돼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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