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인사를 비롯한 경영 전반을 사업전담대표이사 등에게 맡기고, 농업인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겠다.”
비리로 얼룩진 농협에 대한 질타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 담긴 내용이다. 회장직은 유지하되 경영권을 내려놓겠다는 취지였겠으나, 이 한마디에서 강 회장이 얼마나 ‘없는 권한’을 행사해왔을지를 엿볼 수 있다.
농협법 제127조는 회장 직무를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중앙회를 대표해 조합원 권익 증진을 위한 ‘대외 활동’ 업무가 회장 역할이다. 이게 전부다. 상호금융대표이사, 전무이사, 사업전담대표이사 등의 업무에 대해선 각 임원이 중앙회를 대표한다고 규율한다. 권한이 회장이 아닌 각 임원에게 있다는 의미다. 농협법은 이미 여러 사업경영에 관한 권한이 회장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 회장이 이날 밝힌 내용은 농협법에 따라 응당 그렇게 해야 했을 일이다.
강 회장은 1319자짜리 사과문에서 ‘사과’를 3번, ‘송구’를 1번 사용했다. 사과는 중앙회를 ‘대표’해서 했을 뿐 자신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문장에 담지 않았다. 강 회장 본인과 직접 연관된 부분은 해외 출장 때 하루 숙박비 상한을 초과했다는 내용, 단 한 건이었다. 이마저도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뜻의 사과가 아닌, 두려워 마음이 거북스럽다는 뜻의 송구를 썼다.
농협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건 단순히 강 회장이 해외 ‘황제 출장’을 다녔기 때문이 아니다. 비영리법인인 농민신문사에서 비상근 명예직인 강 회장이 3억원 넘는 연봉을 받아간 것도 본질은 아니다. 강 회장 본인과 주변 임원을 둘러싼 각종 비위와 금품수수 의혹, 인사청탁과 권한 밖 인사 개입 의혹, 협동조합인 농협을 비민주적으로 운영하고 내부통제에 실패한 점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했다.
 |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하기에 앞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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