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주는 괴담? 힘주는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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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소설집 '안주'
약혼자를 잃은 소녀
요괴 이야기 들으며
마음의 상처 치료해
  • 등록 2012-08-27 오전 10:44:10

    수정 2012-08-27 오전 10:44:10

작가 미야베 미유키(사진=북스피어)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열일곱 살 조카딸을 맡았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도 웃어야 할 소녀는 웃지 않는다. 결혼을 약속한 소꿉친구가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숙부는 가련한 조카딸을 위해 바둑을 두던 ‘흑백의 방’에서 괴담 대회를 연다. 소녀는 수많은 기이한 이야기를 ‘흑백’ 구분 없이 청해 들으며 세상에 귀기울이고 상처를 치료해간다.

영화 ‘화차’의 원작소설가이자 ‘외딴집’ ‘모방범’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 추리소설 작가 미야베 미유키(52)가 신작 소설집 ‘안주’(576쪽, 북스피어)를 내놨다. 제목은 어둡다는 뜻의 한자 암(暗, 일본어 발음 ‘안’)과 짐승 수(獸, 일본어 발음 ‘주’)를 붙여 만든 말로 ‘어두운 곳에서 외톨이로 살고 있는 생물’이라는 의미다.

소설집은 ‘안주’ ‘달아나는 물’ 등 4개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다. 사람들에게 잊힌 산신과 인간 소년의 우정, 어느 한쪽이 죽어도 모든 걸 똑같이 해야 하는 저주 받은 쌍둥이 자매의 사연, 무너져 가는 빈 저택을 홀로 지키는 요괴 구로스케의 이야기, 한 마을을 파멸로 몰고 간 남자의 원한 등이 담긴 이른바 ‘괴담 종합선물세트’다.

이야기는 괴이하긴 하지만 무섭진 않다. 오히려 따스하다. 소녀의 마음이 괴담을 통해 열리듯 누군가를 겁주는 매개가 아닌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어둠이 배양되는 곳은 인간의 마음이고, 극복할 수 있는 것도 따뜻한 마음뿐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소설 곳곳에 녹아 있다. “옛날에 나는 사람을 싫어했다. 당치도 않은 자만이었어. 세상에 섞이고 좋든 나쁘든 사람의 정에 닿지 않는다면, 학문이 무슨 소용이고 지식이 무슨 소용이겠느냐. 구로스케는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결국 요괴 구로스케를 통해 남긴 메시지도 사람의 정이요, 관계의 소중함이다.

이는 작가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글을 쓰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작가는 “에도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다”며 “내가 에도 시대물을 계속 쓰고 싶은 이유도 그렇게 따뜻한 정이 살아있는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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