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열일곱 살 조카딸을 맡았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도 웃어야 할 소녀는 웃지 않는다. 결혼을 약속한 소꿉친구가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숙부는 가련한 조카딸을 위해 바둑을 두던 ‘흑백의 방’에서 괴담 대회를 연다. 소녀는 수많은 기이한 이야기를 ‘흑백’ 구분 없이 청해 들으며 세상에 귀기울이고 상처를 치료해간다.
영화 ‘화차’의 원작소설가이자 ‘외딴집’ ‘모방범’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 추리소설 작가 미야베 미유키(52)가 신작 소설집 ‘안주’(576쪽, 북스피어)를 내놨다. 제목은 어둡다는 뜻의 한자 암(暗, 일본어 발음 ‘안’)과 짐승 수(獸, 일본어 발음 ‘주’)를 붙여 만든 말로 ‘어두운 곳에서 외톨이로 살고 있는 생물’이라는 의미다.
이는 작가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글을 쓰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작가는 “에도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다”며 “내가 에도 시대물을 계속 쓰고 싶은 이유도 그렇게 따뜻한 정이 살아있는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