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암의 전문가인 김기동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내막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이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질 경우 예후가 악화하는 것은 물론 가임력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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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체부암이라고도 부르는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부를 덮고 있는 자궁내막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가장 흔한 여성 생식기암이며 국내에서도 연간 약 3000~4000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는 등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김 교수는 “자궁내막암의 발병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과다 노출이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과체중,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의 대사증후군과 호르몬 불균형이 주요 위험 요소로 꼽힌다. 생활습관의 변화와 서구화된 식습관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예컨대 높은 지방 섭취량과 운동 부족이 체내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려 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자궁내막암은 조기 발견이 가능한 암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다. 폐경 이후 여성에서 갑작스러운 출혈이 발생하거나 가임기 여성에서 생리 주기와 관계없이 출혈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김 교수는 “초기 단계에서도 출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법 발전에 힘입어 합병증·부작용 많이 줄어
자궁내막암의 기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적 치료다. 기존에는 개복 수술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김 교수는 “최소침습수술이 가능해지면서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수술 후 합병증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림프절 절제를 최소화하는 ‘감시림프절 생검’ 기법이 도입되면서 불필요한 림프절 제거를 줄이고 수술 후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수술 후 병리 조직 검사를 통해 추가적인 항암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표적 치료제와 면역 치료제를 병행하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면역 치료제인 키트루다와 도스탈리맙을 항암치료에 병합하는 요법이 전이성, 재발성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치료법이 향후 더 널리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가 진행 중이며 특히 재발성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임력 보존 고려한 치료 필요
젊은 여성 환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가임력 보존이다. 자궁을 절제하는 치료가 일반적이지만 일부 초기 자궁내막암 환자에서는 호르몬 치료를 통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호르몬 치료 후 암이 조절되면 임신을 계획할 수 있지만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치료 후 지속적인 경과 관찰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연구에서는 자궁내막암 치료 후 임신을 시도하는 여성들에게 맞춤형 생식 보조술을 적용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으며 호르몬 치료 후 성공적인 임신과 출산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임신 성공률이 높지는 않기 때문에 치료 결정 전에 신중한 상담이 필요하다.
자궁내막암은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치료 성적이 좋은 암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김 교수는 “체중 관리,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이 자궁내막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교수는 “비정상적인 출혈이 있을 경우 절대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기 발견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