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94세.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고 하지만 백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보다는 지나온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은 공간은 물론 시간의 제약도 비켜가는 것일까. 독일 정치 지도자 중 가장 존경 받는 인물로 평가받는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 총리가 망백(望百. 91세)을 훌쩍 뛰어넘는 이 나이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년 전 상처한 슈미트의 새로운 짝은 57년간 슈미트의 옆에서 개인 비서로 일해온 루스 로아(79). 로아는 1955년부터 슈미트의 개인비서로 일히다 슈미트의 부인인 로키 슈미트가 세상을 떠난 2년 전부터 그와 특별한 관계로 발전했다. 둘은 현재 동거 중이다.
슈미트는 새로운 사랑에 빠진 사실을 숨기지 않고 이를 언론에 당당히 공개했다. 슈미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하루라도 로아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다”며 오히려 그녀와의 사랑을 은근히 과시하기도 했다.
슈미트의 열애 사실이 공개된 당일 구글에는 로아와 관련된 글이 수십만 건 이상 올라와 슈미트의 새로운 짝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줬다. 독일 언론들은 로아의 외모가 로키와 닮았다며 슈미트의 두 여인을 비교하기도 했다.
하노버의 한 기술자의 딸로 태어나 평생 슈미트 곁을 지켜온 그녀에 대해선 아직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슈미트가 정계 은퇴 후 독일 명사들과 함께 독일 사회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금요모임`을 로아가 도맡아 준비해와 명사들 사이에서는 슈미트의 오른팔로 불리고 있다. 슈미트는 평소 로아를 “나의 가장 큰 버팀목”이라고 표현해 왔다.
슈미트는 지금도 독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칭송받고 있다. 그가 재임 중 미국 등 서방 세계와의 협력을 중시하면서도 동독 등 공산권 국가들과 화해를 추구해 통일 독일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켰던 그의 정치 행보에 많은 독일인들이 아직도 찬사를 보내고 있는 만큼 그의 로맨스가 특히나 더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