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는 29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연속기획 ’초고령사회의 역습’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노용균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장(한림대 가정의학과 교수)과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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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행복하지 않다. 나이 듦을 ‘가난’, ‘불행’으로 바라보고나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할 존재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매일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매일 조금씩 준비해 나간다면 미래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데일리는 지난 1월부터 ‘초고령사회의 역습’ 기획을 통해 대한민국 노인의 현주소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사회, 경제, 산업 전반에서 살폈다. 그리고 노인연령 상향과 정년연장 또는 계속고용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확인했다. 이번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노인연령 상향 △계속고용 △사회보장제도 손질 등과 관련한 현행 시스템을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정순둘 교수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복지비용을 어떻게 줄여야 할까가 가장 큰 고민”이라며 지적했다.
-초고령사회에서 늘어나는 복지비용은 줄일 방법은 없나.
△정순둘=노쇠가 진행되며 노인 의료비는 늘 수밖에 없다. 예방적 차원에서 치료받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게 필요하다. 장기요양보험 등의 돌봄 대상이 되지 않도록 예방이 급선무다. 또 어려운 분들 위주로 도와주면 관련 비용이 줄지 않을까 싶다. 가장 대표적인 게 기초연금이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전체 노인의 70%에 월 최대 40만원씩 지급 중인 현행 기초연금 제도는 조정해야 한다. 올해 복지부의 노인복지 지출은 27조 4000억원인데 이중 기초연금이 22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더 어려운 노인 위주로 두텁게 지원하는 게 맞다고 본다. 연령별로 보면 전기 노인(65세~74세)보다 빈곤률이 두 배 이상 높은 후기 노인(75세 이상)에 대한 제도를 더 촘촘히 짜야 한다.
△노용균=건강수명을 늘린다면 복지비용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건강관리는 70세가 아니라 젊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30~40대에는 만성질환이 생기지 않게 하고 40~50대는 고혈압과 당뇨 관리를 하는 등 전체적으로 만성질환을 발견하고 관리, 치료하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연속선상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 1960년 54.3세이던 평균수명은 2020년 84.5세로 높아졌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보내는 시기인 건강수명도 71.8세로 상향됐다. 노인병학회가 출범할 때 노인의 질병이나 장애기간이 15.8년이었는데 건강한 노인이 늘며 12.7세로 줄어드는 추세다. 노인 기준을 조금 더 올린다면 건강 심리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면 (꼭 복지혜택을 줄이지 않더라도)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복지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노인연령을 75세로 올리자고 제안했는데.
△정순둘=기능적 연령이 중요하다. 인지적 기능이 모두 포함된다. 그런데 노인 모두가 65세라고 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일본도 초고령자를 따로 구분한다. 처음에는 연령 기준을 70으로 했는데 기능 상태가 좋아지며 75세로 다시 올렸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도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해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조기 대선 레이스를 치르고 있는 후보들 역시 노인에 대한 잣대가 달라졌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각기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국민의힘의 경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단계적 조정하고 대중교통 무임승차 연령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정순둘=전문가들 중심으로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하고 있는 형태 일률적 노동 연금 등 모든 제도서 적용하고자 시작된 건 아니다. 심리적 사회적 건강관련 등 65세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젊고 활동할 수 있어 그런 기준을 높여주자는 관점이다. 과거에 비해 고령층의 특성이 크게 변화해 온 만큼 합리적으로 노인 연령 기준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노인 전문가들과 사회복지·고용·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령층의 현황과 노인 연령 기준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 제도와 해외 사례 등을 폭넓게 논의해왔다. 그리고 노인 연령 상향을 통해 사회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번 논의를 토대로 미스매치된 노인 연령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인연령 상향’ 관련 전문가 선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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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균=건강수명 지표를 보면 생리적 건강과 만성질환 개수, 일상생활동작(ADL)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어느 정도의 노동 강도를 부담할 수 있느냐는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신체적 활동에 대한 장애가 없다고 판단되는 만큼 건강수명 안에서는 노동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정지원=초고령사회로 넘어오면서 고령층이 더 일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으나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일하게 할 것이냐는 숙제다. 민주당은 법적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다른 이들은 이후 후유증을 걱정한다. 결국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일본은 65세 고용 의무화를 보편적으로 안착시켰는데.
현재 노동계는 법 개정을 통한 정년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정년을 움직이는 건 시기상조다. 노동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사실상 규정에 관계없이 더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노사가 함께 고용 연장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3가지 선택지를 줘서 두텁게 더 일하게 할 수 있게 노력하라고 해야 한다.
△정순둘=문제는 합의가 안 된다. 노동현장 근로자 80%는 정년연장과 상관없이 일하고 있고 전체 노동계의 20%, 그중에서도 10%만 주장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정년 연령 조정이냐는 얘기가 나온다. 경영자들 입장에서도 한 발도 못 나갈 거다. 연금수급연령을 올리고 정년도 연장한다면 노인들도 ‘죽을 때까지 일하라는 거냐’며 반발할 거다. 일본에서도 호주에서도 반발했다. 모두가 정년연장을 원하는 건 아니다.
△노용균=정년 연장의 영향은 연금개시 연령, 건강검진 기준 등으로 파급될텐데 탑다운 방식으로 확 올려버리면 국민 수용성 측면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 현실에 맞게 조정해 바텀업 방식으로 올라가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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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둘=고령화는 한 세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 위주의 시각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포함한 세대통합적인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 세대 간 갈등 구조로 가서는 안 된다. 현재 연령을 중심으로 논의가 되고 있으나 복지 등 개혁이 안 됐던 다른 제도에 있어서도 진전을 이뤘으면 한다.
△정지원=정년에 대한 특별위원회 등 60+에 대한 이야기 새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갔으면 좋겠다. 기존 틀이 아니라 새로운 논의 틀을 한시적으로나마 아니면 차분하게 논의 범위에 대한 참여주체를 넓혀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세대가 공감하는 솔루션을 찾는 작업을 중점적으로 해줬으면 한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흡수할 수 있는 일자리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지방정부까지 참여시켜 서로 존중하며 절충점을 찾았으면 한다.
△노용균=고령자가 돌봄이 필요한 상태까지 건강이 나빠지지 않도록 지역 내에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1차 의료를 강화하고 주치의 등 전담의사 제도를 마련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의 법제화 노력도 필요하고 의료계에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