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외환위기만큼 어려워...국민취업지원제 대상·지원 늘려야"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만났습니다]① 이재갑 전 고용장관
작년 자영업자 10명중 1명꼴로 폐업
고용보험 보완 위한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 위주 넘어 자영업·특고 더 포용해야
산재사망사고, 안전투자 미흡이 대부분
사용자 범위 넓혀 하청 노동자 보호하되
교섭구조 질서 확립해 기업 부담 덜어야
  • 등록 2025-06-25 오전 5:05:00

    수정 2025-06-25 오전 8:27:56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IMF 외환위기 때만큼 어려워졌다. 고용보험과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연계한 고용안전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이 전 장관은 1995년 고용보험법이 제정될 당시 서기관으로서 법 설계를 담당했다. 고용보험은 외환위기 때 대량실업을 극복한 사회안전망으로 기능을 발휘했다. 고용보험은 보험료를 납부하고 실직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실업급여 등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회보험으로, 보험료를 낼 수 없는 저소득 노동자, 자영업자들은 고용안전망 편입이 어려운 구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형 실업부조로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구축됐다. 이 전 장관이 장관으로 재직할 때다. 이 전 장관은 그러나 국민취업지원제도 역시 보완할 게 많다고 했다.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다음은 이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김민석 총리 후보자가 “IMF 때만큼 위기”라고 했다. 실제로 그런가.


“고용률은 높게 나오지만, 오늘날 고용지표에선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 단시간 근로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명이 두 군데에서 일하면 두 명이 고용된 것으로 나타난다. 일자리가 늘었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럼,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했던 IMF 위기 때만큼 고용 상황이 안 좋냐. 이건 당시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자영업자는 지난해 100만명 정도 폐업했는데, 10곳 중 1곳에 해당한다. 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인데, 자영업자들은 IMF 때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보험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처럼 자영업자들이 어려울 때 고용안전망으로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1년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만들었다. 한국형 실업부조 프로그램이다.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저소득층도 고용안전망 보호를 받으며 기본 생활이 가능하도록 소득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사회보험으론 고용보험, 실업부조로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중층적 고용안전망’을 만들자는 게 문재인 정부가 지향했던 바다. 하지만 제한점이 여전히 적지 않다.”

-제한점이라 하면 무엇인가.

“다른 나라의 실업부조는 소득 지원이 우선이고 부차적으로 취업을 지원한다. 반면 우리는 취업 지원을 기반으로 소득까지 지원하는 형태다. ‘한국형’ 실업부조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런데 소득 지원이 너무 약하다. 매달 50만원씩 6개월간 수당을 지급하는데,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참여 유인이 안 생긴다. 청년 지원이 중심인 점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청년 지원을 한 축으로 하되 다른 축은 자영업자나 고용불안이 많은 저임금 노동자, 특수형태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

-실업부조 지원액과 지원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취업을 지원하는 데 6개월이 충분한지에 대한 지적이 많다. 금액보다 기간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금액도 개인이 아닌 가구가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해서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닌지도 고민해야 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없을 땐 고용보험 하나로 보편적 고용안전망(전국민 고용보험)을 구축하고자 했다. 지금은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있지 않나. 고용보험과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연계해 ‘전국민 고용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선 이러한 논의가 없었나.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 말기 때 만든 제도다. 다음 정부에서 이어받아 제도를 보완하면서 키워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핀란드나 스웨덴, 독일 등을 보면, 실업보험제도가 있지만 일반회계를 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실업부조 프로그램을 마련해 고용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 노동시장은 점점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큰데, 이를 고려하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사업장마다 다르지만, 사망사고가 반복하는 경우 왜 그런지를 봐야 한다. 보통 시설투자가 안돼 노후화된 곳에서 사망사고가 반복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회사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것은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관리에 신경을 쓰라는 취지다. 시설투자 등 안전관리에 대한 지출 결정권은 경영진에 있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법이 시행된 것이다.”

-SPC,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는 2인 1조가 지켜지지 않았다.

“기계를 점검하거나 정형화된 룰에 따라 작업을 할 땐 사고가 나지 않는다. 사고는 비정형 작업을 할 때 발생하는데, 기계를 세워놓고 작업하는데 갑자기 기계가 돌아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 다른 사람이 기계 작동을 멈춰야 하는데, 멈출 사람이 없으면 돌발 상황에서 대처가 안 되는 거다. 그럼 2인 1조를 왜 안 지키느냐. 다 비용이니까. 특히 하청업체의 경우 하청 계약과 관련이 있다. 원·하청 계약에서 원청이 반영하지 않으면 하청은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노동계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 목소리가 크다.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노조법 2조 개정 문제와 관련해선, 대법원이 사용자를 넓게 해석하는 추세를 부인할 수 없다. 노조법 개정 땐 좀 더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청 노동자의 단결권 확보는 보호해야 한다. 다만 사업장 내에서의 교섭구조 질서를 확립해주지 않으면 교섭에 굉장한 부담을 느끼는 사업장이 속출할 수 있다. 노조법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있는데, 대표 노조가 교섭요구 사항을 성실하게 반영할 수 있게 해 실질적인 권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완하지 않으면 경영계 불안을 없애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상 책임범위를 노동자 개인의 책임에 맞추도록 한 노조법 3조는, 대법원도 책임을 분할하도록 하는 판결을 낸 바가 있으니, 민사 법리와 맞추면 될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한 생각은.

“우선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 규모가 이 정도가 됐다면 근로기준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은 법 11조(적용범위)에서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는 조문은 시행령에서 정하게 돼 있다. 포지티브 방식인 셈인데 네거티브로 바꿔야 한다.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되,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문은 시행령을 통해 적용하지 않는 식이다. 모든 조문을 적용하면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적용을 제외하는 조항은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

이 전 장관은…

△1958년 경기 광주 출생 △고려대 행정학(학사), 서울대·미시간대 대학원(석사) △제26회 행정고시 △주미국 대한민국대사관 1등서기관 △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 △고용노동부 노사정책실장, 고용정책실장, 차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고용노동부 장관 △수원대 석좌교수(현)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MICE 최신정보를 한눈에 TheBeLT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두돌 생일 파티해요
  • 수지 맞은 '청순미' 대폭발
  • '뒤태' 미인들
  • 조수미 "떨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