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이커머스 대격변…'적과의 동침'도 불사

적자 시대 끝…M&A·연합 없인 생존 불가
네이버·컬리, 신세계·알리바바 '동맹' 결성
티몬·위메프·발란…벼랑 끝서 새 주인 찾기
"버티거나, 합치거나"…이제 승자만 남는다
  • 등록 2025-04-29 오전 6:01:45

    수정 2025-04-29 오전 6:01:45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올해 역대급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다. 업체 간 제휴는 물론 M&A(인수합병) 등으로 시장 재편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폭발적 확장을 이어왔던 이커머스 성장기가 끝나면서 각자 생존 방안 마련이 급해진 게 배경이다. 여기에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의 한국 공략도 거세질 것으로 보여 업계의 합종연횡은 더욱 가속화 중이다.

컬리 새벽 배송 차량의 모습 (사진=컬리)
2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함께 국내 이커머스 2강으로 꼽히는 네이버는 1세대 새벽배송 커머스 업체 컬리와 최근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었다. 상호 전방위적 협력이 목표다. 연내 컬리가 네이버플러스스토어에 입점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신선 식품군과 새벽 배송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고 컬리는 네이버를 통한 매출 거래액 성장을 꾀하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각 사가 명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최적의 협업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질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동맹이라 주목된다. 검색 포털로 출발한 네이버는 최근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달 12일 쇼핑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공식 출시해 오픈마켓 사업자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앱 출시 한 달만인 지난 20일 다운로드 건수는 500만건을 돌파했다. 현재 네이버는 컬리의 소수 지분 인수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컬리 역시 10년간 적자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선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과 협업이 필수였다.

신세계그룹도 ‘적과의 동침’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말 G마켓을 중심으로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그룹(알리)과 50대 50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스’를 출범했다. 이를 통해 신세계는 알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역직구 사업을 확대하고 알리는 G마켓의 국내 물류센터 등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과 중국 공룡 기업 간 협력이 본격화하면 점유율 등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판매자 미정산 사태를 일으켰던 티몬·위메프(티메프)도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 오아시스는 이달 티몬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흑자 경영을 유지해온 오아시스는 티몬을 통해 외형을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위메프는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인수를 검토 중이다. 이종 산업간 M&A라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명품 커머스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발란이 최근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기업 정상화를 위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경쟁사인 머스트잇도 매각설이 돌고 있긴 마찬가지다. 머스트잇은 지난 2월부터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시리즈C 단계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 중이지만 아직 신규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합종연횡의 배경은 악화하는 업황이 꼽힌다. 불황에 따른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률이 예전 같지 않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은 200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온라인쇼핑 연간 거래액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지난 2021년(190조 2231억원) 20.2%에서 지난해(242조 897억원) 5.8%로 4분의 1토막이 났다.

적자를 감수하며 외형 확장을 이어오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다. 상호간 협력으로 효율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유통업계 미정산 사태가 연이어 벌어지면서 이커머스 플랫폼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후 홈플러스와 발란까지 이어지며 적자 기업·플랫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고금리 시대에 투자를 받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협력과 M&A를 통한 성장 가능성 발굴이 대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이커머스 업계 생존을 좌우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격변기를 얼마나 유연하게 버텨내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커머스라는 본업 자체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사람만 모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면 이제 누구든 이커머스 사업을 할 수 있다. 금융, 콘텐츠, 커뮤니티 등 다양한 영역과의 융합도 장기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의 합종연횡이 이종 산업간으로도 벌어지는 이유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출혈 경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협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적자 속 외형 확장이 가능한 시절은 끝났고 이젠 얼마나 전략적 제휴를 맺고 효율적 구조를 갖추느냐가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젠 춘추전국 시대를 넘어 몇개의 ‘N강’ 시대가 도래했다”며 “버티지 못하면 합쳐야 하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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