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질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동맹이라 주목된다. 검색 포털로 출발한 네이버는 최근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달 12일 쇼핑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공식 출시해 오픈마켓 사업자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앱 출시 한 달만인 지난 20일 다운로드 건수는 500만건을 돌파했다. 현재 네이버는 컬리의 소수 지분 인수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컬리 역시 10년간 적자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선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과 협업이 필수였다.
신세계그룹도 ‘적과의 동침’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말 G마켓을 중심으로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그룹(알리)과 50대 50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스’를 출범했다. 이를 통해 신세계는 알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역직구 사업을 확대하고 알리는 G마켓의 국내 물류센터 등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과 중국 공룡 기업 간 협력이 본격화하면 점유율 등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이런 합종연횡의 배경은 악화하는 업황이 꼽힌다. 불황에 따른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률이 예전 같지 않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은 200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온라인쇼핑 연간 거래액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지난 2021년(190조 2231억원) 20.2%에서 지난해(242조 897억원) 5.8%로 4분의 1토막이 났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이커머스 업계 생존을 좌우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격변기를 얼마나 유연하게 버텨내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커머스라는 본업 자체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사람만 모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면 이제 누구든 이커머스 사업을 할 수 있다. 금융, 콘텐츠, 커뮤니티 등 다양한 영역과의 융합도 장기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의 합종연횡이 이종 산업간으로도 벌어지는 이유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출혈 경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협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적자 속 외형 확장이 가능한 시절은 끝났고 이젠 얼마나 전략적 제휴를 맺고 효율적 구조를 갖추느냐가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젠 춘추전국 시대를 넘어 몇개의 ‘N강’ 시대가 도래했다”며 “버티지 못하면 합쳐야 하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