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것 없어 보이던 강 전 행장에게 닥친 첫번째 위기는 1997년 터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다.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을 맡고 있던 강 전 행장은 IMF 외환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 전 행장은 2005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아 대외 활동을 재개하기 전까지 8년 가까이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서울시장 재임 중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발탁했다. 강 전 행장은 1981년 소망교회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만나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정부 인사 축이었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라인의 대표적 인사로 분류되는 이유다.
강 전 행장은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으로 꼽히는 ‘747’(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도약) 공약을 설계자로 재기했다. 747 공약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747공약 설계자인 강 전 행장은 2008년 새정부 출범과 함께 기획재정부 장관직을 맡았다. IMF 사태 책임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에 ‘MB 노믹스’를 주도할 경제부처 첫 수장으로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강 전 행장은 기재부 장관 재직 1년 만인 2009년 이뤄진 개각으로 물러났으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줄곧 이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그러다 자격 시비와 정권 말기 보은인사라는 논란을 뚫고 2011년 3월 산업은행장에 취임했다. MB 정부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자리를 지키다가 2013년 4월 물러났다.
전 정권 실세 강 전 행장의 이름이 현재 검찰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산업은행장 시절 저지른 비리 의혹 탓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연루돼 있어 의혹이 짙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가 산업은행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만간 강 전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2008년 ‘화려한 귀환’ 이후 8년 만이다. 권불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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