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데자뷔…때아닌 유승민發 '양적완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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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양적완화 적극 검토…추후 추가 설명"
"日 같은 양적완화 불가능"…구체적 내용 관심
주시하는 한국은행…정작 채권시장은 '시큰둥'
  • 등록 2017-02-15 오전 6:06:45

    수정 2017-02-15 오후 1:30:46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해 총선의 ‘한국판 양적완화(QE)’ 데자뷔다. 올해 대선 때도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양적완화 공약을 처음 내걸면서 때아닌 논쟁이 불거질 조짐이다.

유 의원이 구체적인 방식을 내놓지는 않은 상태다. 당사자가 될 수 있는 한국은행은 관망 중이고, 채권시장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양적완화가 시사하는 무게감이 큰 만큼 추후 어떤 후폭풍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劉 “양적완화 적극 검토”

유 의원 측 관계자는 15일 “경제가 매우 어려운 만큼 (양적완화 조치까지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추후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유 의원은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양적완화 공약을 언급했다.

양적완화는 경기 부양의 ‘최후 수단’으로 불린다. 중앙은행은 경기가 좋지 않으면 통상 기준금리를 내려 대출을 유도한다. 돈을 쓸 수 있는 비용을 낮춰 시중의 통화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준금리가 0%까지 내려가도 경기가 꿈틀대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중앙은행은 단기자금시장에서 돈을 풀고, 또 돈을 흡수하는 식으로 공언한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게 주요 업무다. 한은도 마찬가지다. 만약 단기자금시장에 돈이 몰려 금리가 현재 기준금리인 1.25%보다 낮아지면 통화안정채권(통안채)을 발행해 돈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단기금리를 통해 장기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겠다는 게 ‘전통적인’ 통화정책이다.

그런데 단기자금시장의 금리가 제로(0)까지 떨어지면 어떨까. 중앙은행의 관리 대상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어서, 경기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장기채권 등을 직접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교과서적인 양적완화다. 미국이 이런 ‘비전통적인’ 방식의 원조 격이고, 일본과 유럽은 지금도 이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양적완화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한은이 시장에서 1.25%의 금리를 유지하려 할 것이고, 이는 곧 시중의 자금도 큰 변화가 없다는 의미여서다. 유 의원도 선진국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때문에 유추할 수 있는 게 총선 때 나왔던 한국판 양적완화다.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을 한은이 매입하면 어떻게 될까. 산업은행은 산금채를 매도한 만큼 자금 여력이 생기게 된다. 이를 기업 구조조정 자금으로 쓰자는 게 총선 당시 여당의 복안이었다.

다만 이게 끝이 아니다. 한은이 산업은행에 돈을 대준 만큼의 시중 자금은 다시 단기자금시장으로 흘러가고, 한은은 이를 흡수하는 과정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준금리 수준은 그대로 유지하되 ‘돈의 흐름’만 바꾼다는 의미다. 이는 ‘정책금융’ ‘특혜융자’ 비판만 감수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은 조치다.

유 의원도 양적완화를 말하기에 앞서 “부실기업과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 과감한 수술을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뇌관들을 해결하고자 다른 시중의 자금을 끌어당겨 쓰겠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대권 도전에 나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640아트타워에서 열린 소통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작 채권시장은 ‘시큰둥’

양적완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은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은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구체적인 방식을 말하지 않아 우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특히 유 의원이 “재정으로 하는 방법에 비중을 두는 게 맞다”고 발언한데 대해서는 아리송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인사는 “재정을 통한 양적완화를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떤 방법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서 “재정을 확대하는 게 아닐까 추측하는 정도”라고 했다.

한은 내부에는 민감한 이슈인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도 없지 않다. 이날 한은의 국회 업무보고 때 이 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있어서다. 유 의원은 한은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유 의원은 전날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때도 유일호 부총리에게 양적완화 검토 필요성을 거론했다.

정작 채권시장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유 의원의 발언이 처음 나왔던 지난 10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히려 2.0bp(1bp=0.01%포인트) 상승한 1.668%에 마감했다. 양적완화 공약은 채권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10년물 금리도 2.9bp 올랐다. 유 의원의 공약은 시장에서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29일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이 불쑥 공개됐을 때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0bp 하락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실제 양적완화를 이행하겠다는 것보다 그 정도로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정도로 받아들인다”면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도 아니어서 영향은 없었다”고 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전세계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기류와도 맞지 않은 공약”이라면서 “대선 정국의 마케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유 의원이 ‘추가 설명’을 약속한 만큼 그 내용에 따라 경제계와 금융시장이 반응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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