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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기 안산에서 한 50대 여성이 30여분간 13km가량 경찰과 차량 추격전을 벌인 끝에 검거됐다. 이 여성은 도심 도로에서 역주행하고 순찰차를 들이받으며 위험한 운전을 이어갔다. 경찰은 순찰차 8대로 이 여성의 차량을 둘러싸 결국 검거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경기 의정부시에선 한 남성이 시동이 켜진 오토바이를 훔쳐 타 도로를 질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면허도 없던 이 남성은 도로를 역주행하며 도주했다. 경찰은 1시간 동안 8km 추격전을 펼친 끝에 순찰차 3대로 이 남성을 포위해 체포했다.
최근 이 같은 차량 추격전이 벌어지면서 경찰의 운전 역량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실제 경찰차 관련 교통사고는 △2023년 171건 △2022년 143건 △2021년 136건 △2020년 122건 등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미한 현장 사고를 포함하면 사고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역시 이에 대한 문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의 안전, 역량 강화부터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면 긴급차 운전 스킬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신임 경찰관뿐만 아니라 재교육도 필요하다. 이를 테면 사고를 여러 차례 낸 경찰관 등에 대한 재교육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훈련 체계·실습 시설 마련 노력 불발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운전 교육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번번히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23년 급가감속, 급진로변경, 다양한 노면 등 긴급차 특성에 맞는 운전훈련 시스템인 ‘한국형 EVOC(Emergency Vehicle Operators Course, 비상 차량 운영자 코스)’ 계획을 추진했지만 예산 등 문제로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관이 별도로 운전교육을 따로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인재개발원은 가상 훈련인 운전 시뮬레이터를 두고 있지만 별도 실습 훈련시설이 없다. 싸이카 훈련까지 진행하는데, 공간이 부족해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어 유휴부지를 활용하겠다고 요청한 상태다. 추격이 주 업무인 고속도로순찰대도 자체 실습 공간이 없어 국내 서킷을 빌려 훈련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홍콩 등 주요 국가는 이미 관련 시설을 갖추고 위급상황 관련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런 교육에 투입되는 예산을 사회간접자본으로 봐야 하는 건데, 어떤 이슈가 불거지면 현장에 대한 예산으로 투입되다 보니 여력이 없던 것”이라며 “경찰의 중장기적 전략, 철학 등 부재가 원인으로 보이는데 이런 면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