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풍력산업 공급망은 태양광 전철 밟지 말아야

  • 등록 2025-08-12 오전 5:00:00

    수정 2025-08-12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풍력발전 산업과 유사성이 크다는 조선 부문에서 한국은 기술력으로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풍력 산업에서 우리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두산에너빌리티의 10메가와트(㎿) 해상풍력 터빈 설치 조감도. (사진=두산에너빌리티)
핵심 설비인 터빈의 경우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큰 후발주자에 불과하다. 유럽에선 15메가와트(㎿)급 터빈이 상용화를 넘어 대중화 단계지만, 한국은 이제야 10㎿급 터빈을 개발했다. 그마저 시장이 외면하며 아직 실증 기회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자칫 풍력발전 산업이 중국산 저가 패널에 잠식당한 태양광 산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공급망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풍력발전 보급에만 속도를 내서는 관련 산업을 결국 저가 중국산 제품에 내주는 결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까지만 해도 2.6GW 수준이었던 국내 태양광 설비는 정부의 보급 확대로 빠르게 늘어 지난 6월 말 기준 10.2GW까지 4배 늘었으나, 같은 기간 국산 패널 점유율은 50%에서 20% 밑으로 추락했다.

풍력산업의 현 상황도 당시 태양광 시장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현재 2.3GW에 불과한 풍력발전 설비를 2030년 18.3GW, 2038년까지 40.7GW까지 늘린다는 계획 아래 공격적인 보급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를 접은 조선 3사는 일찌감치 해상풍력 기자재 시장에서 철수했고 핵심 기자재인 터빈 등을 제공하는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 겨우 두 곳뿐이다. 시장도, 공급망도 확대할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껏 국가 간 경쟁,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자국산업 우대’를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를 맞아 상황이 달라졌다. 해상풍력 같은 핵심 과제에 있어선 안보를 앞세워 좀 더 강력한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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