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일자리 충격이 현실화하면서 신입 코딩 개발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발자 채용 붐이 불며 기업들이 개발 인력 모시기 전쟁을 벌이던 것과 대조적이다. 관련 수요가 줄면서 ‘개발자 사관학교’로 불리던 코딩 교육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들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축소하거나 코딩 교육 외 다른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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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업계에 따르면 코딩 교육 업체 ‘코드스테이츠’는 지난해 영업손실 30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은 39억원으로 전년 대비 86.4% 급감했다. 순손실은 46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웠다. 2018년 설립된 코드스테이츠는 개발자를 양성하는 코딩 부트캠프(단기교육) 업체로 개발자 채용 열풍을 타고 몸집을 키웠다. 2022년에는 매출 360억원을 기록했고 임직원 수도 274명에 달했다. 하지만 사업 악화로 구조조정을 거치며 현재 임직원 수는 44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구름’은 지난해 영업손실 약 4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1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8.7% 증가했지만 순손실이 6억원 넘게 발생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입 개발자 구인 공고 수는 전년 대비 18.9% 줄었다. 같은 기간 경력 개발자 공고도 5.3% 줄었으나 감소 폭은 신입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이미 AI가 초급 개발자의 능력을 넘어섰고 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현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오픈AI의 최신 추론모델 ‘o3’와 ‘o4-미니’는 알고리즘 기반 코딩 대회 플랫폼 ‘코드포스’ 평가에서 각각 2706점, 2719점을 기록했다. 이는 실제 참가자 기준으로 봐도 상위 1%에 해당하는 실력이다. 두 모델 모두 복잡한 알고리즘 문제를 실전처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한 코딩교육 업체 대표는 “기업에서 코딩 개발 인력 수요가 줄어들면서 기존에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개발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제안하는 비중이 줄었다”며 “앞으로 개발자 채용에서는 생성형 AI 등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코딩교육 업체들은 줄어드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코딩 교육 외에 다른 영업으로 사업을 확장한 회사들은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팀스파르타는 지난해부터 외주 개발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며 정보기술(IT) 제작사로 탈바꿈에 나섰다. 지난해 콘텐츠 개발수입은 전년 대비 85.3% 증가했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은 607억원으로 전년 대비 81.8% 증가했다.
코딩 교육으로 시작한 엘리스그룹은 모듈형 데이터센터(PMDC)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일반 데이터센터와 달리 내부에 서버랙과 냉각장치를 설치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한 일체형 구조로, 비용 부담이 적고 산업현장에 빠르게 AI를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과 기관에 AI 인프라를 제공하는 ‘AI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엘리스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5% 증가한 36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개발자 취업 붐에 힘입어 성장했던 코딩교육 업체들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단순 코딩교육을 넘어 IT 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한 기업들만 살아남는 등 AI 시대를 맞아 시장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