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는 단순히 보고서 몇 장 더 내는 문제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공급망 관리, 인권·노동, 이사회 운영 등 방대한 자료와 정보를 국제기준에 맞춰 수집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내 전담 조직을 만들고 내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하며 외부 회계법인과 전문 컨설팅업체의 검증까지 받아야 한다.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가볍지 않은 부담이다. 2030년까지 공시 대상이 수천 곳으로 확대되면 중견 상장사들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국제 흐름과의 엇박자도 문제다. ESG 공시를 가장 강하게 밀어붙였던 유럽도 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적용 대상을 조정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ESG 공시 논의 자체를 아예 중단했다. 세계가 경쟁력과 규제 사이에서 현실적 균형점을 찾고 있는데 한국만 규제를 앞당기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ESG의 취지가 좋다고 법 규제로 강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업의 자율적인 준비와 국제기준의 정착 정도, 주요국의 정책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규제가 앞서간다고 선진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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