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낙농 보호, 혁신 막는 울타리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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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6-05-18 오전 5:50:04

    수정 2026-05-18 오전 5:50:04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국내 우유 산업이 한계에 다다랐다. 수요는 줄고 있는데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와 시장에 전가되고 있다. 그 사이 수입 멸균우유는 빠르게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제 문제는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 붕괴’에 가깝다.

원인은 분명하다. 낙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유지돼온 쿼터제와 가격 체계가 시장 현실과 완전히 괴리된 채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며 보완을 시도했으나, 소비가 줄어도 생산을 줄이지 못하고 비용이 오르면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근본적인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시장 원리가 통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경쟁력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 그 결과 재고와 비효율이 누적되고, 그 비용은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고착화됐다.

더 큰 문제는 이 구조를 바꾸려는 동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폐쇄적인 거버넌스와 경직된 의사결정 체계는 변화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근본적인 혁신을 미루는 상태를 만들고 있다. 그 사이 시장은 이미 답을 내리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미국(1월)과 유럽산(7월) 유제품의 관세가 전면 철폐되면서, 시장은 더 싸고 품질 경쟁력이 있는 수입 제품으로 무섭게 이동하고 있다. 실제 최근 9년 새 수입 멸균우유 물량은 42배 늘어났다.

이제 ‘보호’라는 이름의 정책은 오히려 산업을 고립시키는 장벽이 되고 있다. 관세 장벽마저 사라진 마당에 낙농가를 지키는 방식이 산업 전체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면, 그 정책은 더 이상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지원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기 위한 지원이다.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규모화, 유통 효율화, 그리고 시장 신호를 즉각 반영하는 가격 체계로의 전환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지금이 방향을 바꿀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보호에 머무는 산업은 결국 도태된다. 살아남으려면,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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