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한일 양국의 관광 산업은 긴 시간 동안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견고하게 성장해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계기로 국민 간 왕래가 본격화된 이후 항공노선 확대, 저비용항공사(LCC) 진입, 무비자 입국 제도 도입 등으로 교류는 가속화됐다. 특히 일본의 지방도시와 한국의 중소도시 간 방문이 꾸준히 늘며, 관광은 양국 관계의 온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 연도별 한일 양국 방문객 추이(만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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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멈췄지만, 회복세는 빠르다. 지난해 한국인의 방일 관광객 수는 역대 최고치(881만 명)를 기록했으며, 일본인의 방한 관광도 코로나 이전 수준의 99%(322만 명)를 회복했다. 올해 1~4월 기준으로도 방일 372만 명, 방한 104만 명으로 교류의 양적 회복은 뚜렷하다.
이제 양국은 단순한 인적 왕래를 넘어 산업 간 연계와 전략적 협력의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3년 일본 도쿄 시부야에 문을 연 ‘해외관광기업지원센터’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며, 국내 관광벤처의 일본 진출과 현지 파트너십 연결을 지원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21개 스타트업이 센터를 통해 일본 시장에 진입했고, 그중 6곳은 현지 기업과 정식 계약을 맺었다.
공공 부문의 협력도 활발하다. 양국은 상호 무비자 입국 체제를 유지 중이며, 일본 정부는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시적으로 한국인 전용 입국심사대를 운영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시행됐던 사전입국심사 제도의 부활도 검토되고 있다.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등 일본 지방 도시들은 부산, 대전 등 한국 도시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관광 콘텐츠 공동 개발에 나서는 등 지역 간 협력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수치 이면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관광 수요의 불균형이다. 지난해 한국인의 방일 관광객 수는 일본인의 방한 수치보다 약 2.6배 많았다. 한국인의 일본 여행은 대도시에서 소도시로까지 확장되고 있지만, 일본인의 방한 여행은 여전히 서울, 부산, 제주 등 특정 도시에 집중돼 있다. 관광지출 규모, 지방 체류율, 체험 콘텐츠 이용률 등 주요 지표 대부분에서 일본은 수혜자, 한국은 송출자로 작용하는 비대칭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고착화되기 전에 산업 차원의 균형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일 양국의 지자체 간 관광 루트 연계, 스타트업 간 기술·콘텐츠 교류, 플랫폼 기반 공동 마케팅 등 다층적 협력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정부, 지자체, 민간이 참여하는 삼각 협력 체계를 구축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