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숙인 30년 만기 국채

작년 9월 첫 발행 당시 선풍적인 인기몰이
단기수익 노리고 투자했다간 낭패 볼 수도
  • 등록 2013-04-30 오전 9:45:01

    수정 2013-04-30 오전 9:45:01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11일 한 증권사 PB는 항의 전화를 받느라 진땀을 뺐다. 지난해 국채 30년물 투자를 권했던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탓이다. 이 PB는 이번 달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그동안 신통치 않았던 수익률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란 말로 투자자들을 설득해왔던 터라 더 난감했다.

20년 만기 국고채와 30년 만기 국고채 최종호가수익률 추이(자료:금융투자협회, 단위:%)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30년 만기 국고채의 인기는 가히 선풍적이었다. 첫 발행금리는 3.05%와 3.08%로 당시 기준으로 20년물(3.08%)보다 금리가 낮았다. 그만큼 비싸게 팔렸다는 뜻이다.

30년물의 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1조원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의 돈이 대거 몰리면서다. 증권사들이 앞으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고 함께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면서 자산가들간 때아닌 30년물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30년 국채값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10월10일 연 2.95%까지 하락했던 30년 국채 금리는 12월26일 3.43%까지 치솟기도 했다. 4월26일 현재도 3.16%에 머물고 있다. 당시 국채에 투자해서 지금 되판다면 원금도 건질 수 없게 된 셈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저금리 시대엔 30년물이 괜찮은 투자대안이라는 PB의 설득에 투자했는데 오히려 손실이 나고 있어 걱정”이라면서 “채권값이 오르면 국채를 팔려고 하는데 아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초 금융소득 종합과세 이슈가 불거지며 비과세 상품으로 주목을 받은 물가연동국채도 최근 인기가 시들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바닥을 기면서 메리트가 없어진 탓이다.

그러다 보니 저금리 시대 투자대안으로 채권에 주목했던 슈퍼리치들도 최근 관심을 뚝 끊고 있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PB는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순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채권값이 상당부분 반영된 터라 최근엔 채권을 직접 사려는 슈퍼리치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채권이 대표 안전자산이긴 하지만 맹신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장기간 보유하면서 안정적으로 이자 수익을 누리기엔 좋지만 매매수익을 목적으로 한 단기 투자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는 “채권이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해도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면서 “채권의 다양성과 각각의 특징을 잘 이해해야 하며, 채권 펀드에 투자할 때는 그 펀드가 어떤 채권을 담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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