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를 누르면 달려오는 일상 속 숨은 영웅들. 화재 진압과 재난·재해 발생 시 구조 활동을 수행하는 소방관은 그 역할에 따라 화재진압대원, 구조대원, 구급대원으로 나뉜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 활약상을 ‘소방인(人)’을 통해 재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소방 동원령이 대형재난 대응 핵심제도로 정착토록 한 게 26년 소방공무원 생활 중 가장 큰 보람이다.”
 | 정광복 소방청 장비기술국 장비정책계장이 본청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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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을 포함한 대형화재·사고·재난 등 긴급상황 발생 시 관할 소방본부의 장비·인력을 동원해도 소방력이 부족할 땐 타지역에서 동원토록 한 것이 ‘소방 동원령’이다. 이는 2019년부터 국내에 정착된 제도로 지금까지 대형 재난 발생 시 출동시간 단축, 초기 대응 역량 강화를 견인했다.
소방 동원령을 최초로 기획하고 만든 장본인이 정광복(49) 소방청 장비기술국 장비정책계장(소방령)이다. 정 계장은 지난 14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제도 기획부터 도입까지 과정을 털어놨다.
정 계장이 소방 동원령을 기획하게 된 시기는 소방청 본청 구조과 소속이었던 2018년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군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이 제도 도입의 촉매제가 됐다. 당시 소방청은 비상 대응 단계 중 가장 높은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전국의 소방력(소방차 872대, 소방공무원 3251명)을 총동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그간의 소방 대형재난 동원인력·대응 결과와 해외사례·타기관 동원규정 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2019년 7월 전국 소방력 동원기준을 최초로 정립할 수 있었다. 이후 관련부처 협의 법령 제·개정, 동원예산 국비확보 등의 난관을 극복한 뒤 핵심 소방 제도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 소방 동원령은 이제 산불·대형화재·수해·감염병·붕괴사고 등 대형재난 발생 시 없어서는 안 될 제도가 됐다. 실제로 2020년 대구·경북 코로나19 사태, 2022년 울진·삼척 대형산불, 지난달 경북·경남·울산 대형산불 등으로 현재까지 소방 동원령 발령 횟수는 총 39회에 달한다.
 |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구급차동원령이 내려졌을 당시 모습. 전국에서 출동한 구급차들이 대구 수성구 소재 대구스타디움 인근 광장으로 집결한 모습. (사진=소방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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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마련 후 실질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2005년 강원도 양양 산불 발생 시 32시간 걸렸던 진화시간이 동원령 제도가 정립된 이후인 2020년 강원 고성 산불 때 12시간으로 단축됐다. 정 계장은 현재 소방청에서 관련 제도를 더욱 세밀하게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방청이 추진하는 차세대119통합시스템이 구축되면 재난 발생 위치와 거리를 기반으로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해 소방 동원령을 발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계장은 1999년 임용돼 현장을 누비다 2015년 소방청으로 전입, 올해로 11년째 본청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화재 진압·구조·구급과 관련한 기존 소방 서비스 정책 외에도 추가로 국민이 쉽게 알 수 있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방 정책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 2022년 3월 울진·삼척 대형산불 발생에 따른 소방 동원령이 내려졌을 당시 전국에서 출동한 소방차들이 산불 진화에 나선 모습. (사진=소방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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