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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수세기동안 이어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와인 산업을 위협한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한 주류 업체 임원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EU산 주류에 200% 관세를 부과한다면 EU산 주류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2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발표되자 EU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내달부터 두 단계에 걸쳐 총 260억유로(약 41조원)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1단계 조치에는 미국산 위스키에 대한 50% 관세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EU 국가에서 나온 모든 주류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재보복을 예고했다.
미국은 프랑스 샴페인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지난해 2500만~2600만병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2024년 프랑스는 약 40억유로(약 6조 3302억원) 상당의 와인, 샴페인 등을 미국에 수출했으며, 이는 프랑스 전체 주류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샴페인 생산업체인 프레르장 프레레의 로드로프 프레르장-타이팅거 최고경영자(CEO)는 “와인은 (여타 다른 공산품처럼) 단순히 다른 와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고려할 수 있는 여타 제조업체들과 달리 와인 업계는 사정이 다르다는 의미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은 와인의 품질과 특징이 보르도, 토스카나 같은 지역의 기후, 토양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원산지가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미국산 대비 프랑스나 이탈리아산 와인이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린다는 것이 유럽 와인 생산업자들의 주장이다. 예컨대 ‘샴페인’이란 명칭은 EU의 원산지 명칭 보호법에 의해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한 샴페인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에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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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이전부터 프랑스 와인 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프랑스 와인 및 주류 수출 연맹(FEVS)에 따르면 중국 경제의 둔화와 고급 와인에 대한 글로벌 수요 약화로 인해 2024년 프랑스 와인 총 수출액은 전년 대비 4% 감소한 156억유로(약 24조원)를 기록했다.
미국과 EU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 주류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대서양 관세 전쟁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품목 중 하나로 테네시주의 위스키를 꼽았다. 지난해 기준 테네시에서 EU로 수출된 위스키는 총 5억 7500만달러(약 8363억원)로, 전체 주 수출의 66%를 차지했다.
무역 전문 리서치업체 트레이드 파트너십 월드와이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였던 2017~2019년 테네시 위스키의 대(對)유럽연합(EU) 수출액은 3억 6200만달러(약 5265억원)에서 2억 2000만달러(약 3199억원)로 급감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무역 전쟁 여파로, 관세가 다시 사라진 후 테네시 위스키 수출은 1년 만에 42% 증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강행으로 EU가 보복 과세로 맞대응해 다시 관세가 부과된다면 테네시의 위스키 생산업체들은 집권 1기 당시와 같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CNBC는 짚었다.
CNBC는 이와 함께 EU의 대미 보복 관세가 적용되면 뉴욕(39%), 노스다코타(36%), 네브래스카(32%), 아이오와(26%), 웨스트버지니아(26%) 등 대EU 수출 비중이 높은 주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