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대출 가산금리에 예금보험료와 정책금융기관 출연금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이달 중순 자동 회부된다. 이자 마진 감소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은행이 가장 염려했던 처벌조항마저 들어 있어 은행권에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법사위에 상정된 법안 내용을 수정하기 어려운 만큼 새 법안 발의를 통해 벌칙조항만큼은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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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17일 패스트트랙에 오른 은행법 개정안은 이달 14일 정무위에서 법사위로 자동 회부된다. 패스트트랙 절차상 소관 상임위원회(정무위) 최장 심사기간인 180일을 맞아 곧바로 법사위에 넘어간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은행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은행이 예금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을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명문화 한 게 핵심이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 출연금은 50% 이하만 보증대출 가산금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은행 임원 등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는 처벌조항도 담았다.
이에 은행에서는 중·장기적인 순이자마진(NIM)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제재 리스크를 걱정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이 매년 내는 예보료는 각 은행마다 4000억~5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의 예보료는 5669억원에 달했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서금원 출연금은 연간 200억원대다. 통상 은행들은 대출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예보료·법정 출연금과 세금 등을 반영해왔다. 사업에 드는 필수 비용이어서 대출 원가로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예보료·서금원 출연금은 아예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해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하락한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보증기관 출연금 또한 금리 반영비율이 제한돼 수익성이 나빠진다. 주요 시중은행의 신보·기보와 지역신보, 주택신보 출연금은 연간 4000억~5000억원 정도다. 이 출연금의 50% 이하만 보증대출 금리에 반영할 수 있어 은행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수신금리를 덜 주는 식으로 예보료, 출연금 비용을 보전하기는 쉽지 않다”며 “당장 다른 이익을 더 창출해서 충당하지 않는 이상 은행 마진이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법 시행 후 신규·갱신 대출에 한정해 적용하기 때문에 영향이 점진적으로 발생할 것이다”며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이자 마진이 하락하는 요인이다”고 언급했다.
은행권에서는 ‘플랜B’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은행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만큼 처벌조항 삭제를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새 법안 발의를 국회에 건의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처벌조항을 뺀 새 법안이 나오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에 은행권이 계속해서 정무위 의원실과 소통하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권 안팎에서는 법으로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정하는 것 자체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가산금리는 은행이 수익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설정하는 것인데 법으로 마진율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이익 제한 조처다”며 “출연금을 가산금리에 넣는다고 해서 임직원이 징역이나 벌금에 처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를 대표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