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읽어주는 여자]`가짜매출` 선풍기 돌린 신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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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2억2050만원 과징금..檢 고발·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매출채권 부풀려 장부 꾸미고 사채업자에 꾼 돈은 '쉬쉬'
  • 등록 2015-11-14 오전 11:28:00

    수정 2015-11-14 오후 10:59:51

출처=신일산업 홈페이지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선풍기 제조업체로 이름 꽤나 알려진 신일산업이 분식회계를 저지르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1일 신일산업에 대해 2억20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회사와 전 대표이사, 전 고문회계사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전 대표이사에게는 과징금 1000만원도 함께 부과했습니다.

신일산업은 지난 1959년 세워져 중국과 베트남에도 계열사를 세우며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생활가전업체입니다. 판매상품만 해도 선풍기, 에어컨에 이어 히터, 가습기, 밥솥까지 수 십 종류가 넘고 올해 여름에는 인기 개그맨 김준현씨를 내세워 광고를 찍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반 백년이 넘게 선풍기 시장을 호령하던 신일산업이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무엇일까요.

신일산업의 회계 장난은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한창이던 2008년 시작됐습니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회사 재정이 어려워지자 가공의 매출채권을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회계장부에 기록한 것입니다. 매출채권이란 물건을 외상으로 팔았을 때 적용하는 회계상 항목입니다. 훗날 받을 돈이란 뜻이죠. 신일산업은 2008년 말부터 2010년 말까지 3년과 2013년까지 총 4년에 거쳐 선풍기를 실제 판 것처럼 가장해 허위의 매출채권과 선급금을 장부에 기재하고 관련 서류를 만들었습니다. 외상매출채권이 있게끔 쿵짝을 맞춰준 상대방은 계열사와 도·소매상들이었습니다. 2008~2009년엔 계열사를 위주로 매출채권을 부풀렸고 2010년 이후에는 도·소매상들을 상대로 선풍기 판매에 대한 허위 매출채권을 작성했습니다.

힘없는 계열사에 압력을 가해 분식에 동조하게 한 것인지, 도·소매상들에게 어떠한 혜택을 주고 불법행위에 가담시켰는지는 회사만이 알 겁니다. 중요한 건 물건을 팔지도 않았는데 외상채권을 받았고 상대방도 이에 동조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이들이 물건을 받지도 않고 내줘야 할 물건값, 즉 ‘매입채무’로 회계장부에 기록했다면 이들 역시 회사에 손실를 끼친 죄, 즉 배임죄를 물을 수 있을 겁니다.

회계분식 과정도 치밀했습니다. 매출채권이 제대로 기록되고 있는지 감사하러 온 외부 감사인이 상대방에 정보조회를 요구했을 때도 거래처와 미리 입맞춘 채권채무조회서를 보내도록 꾸몄습니다. 이렇게 해서 신일산업은 2008~2010년 사이 매년 24억6900만원씩 2013년엔 9억2100만원의 매출채권을 허위 기재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분식회계 기법 중 하나입니다. 조사를 담당한 금융감독원측은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악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채업자에게 2008년부터 3년에 거쳐 총 5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빌렸는데도 재무제표 차입금 및 미지급이자란에 써넣지 않았습니다. 사채업자에까지 손을 벌릴 만큼 회사 사정이 나쁘다는 걸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겠죠.

2008년 당시 신일산업은 당기순손실이 105억6600만원을 기록할 정도로 사정이 안좋았고 자기자본도 직전년보다 26% 줄어든 71억95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규정에는 사업보고서상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 상황이 2년간 이어지면 상장폐지에 이른다고 나와 있습니다. 매출채권을 부풀리고 차입금을 누락하면서까지 상장을 유지하려 했던 신일산업은 결국 어쭙잖은 편법과 불법으로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더 앞당기는 우(憂)를 범하고 만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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