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커머스 플랫폼 ‘지비지오’(ZVZO) 운영사 두어스에 투자를 결정한 베이스벤처스의 양형준 심사역은 크리에이터 중심 플랫폼 기업의 투자결정에 대해 이같이 말하면서 “투자결정과정에서 크리에이터·브랜드·사용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설루션인가, 차별화한 가치를 제안할 수 있는 가를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했다.
인플루언서를 포함해 넓은 범위의 콘텐츠 창작자들을 뜻하는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들의 활동 무대인 커머스 플랫폼들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콘텐츠를 올리고 광고 수익을 얻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제품 선정부터 제작, 마케팅, 판매, 정산, 해외진출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원스톱 플랫폼이 경쟁력을 얻는 모습이다.
이는 크리에이터 경제시장의 성장 전망이 밝아서다. 리서치 업체 ‘마켓.US’에 따르면 세계 크리에이터 경제시장은 지난 2024년 1430억달러(195조 3380억원)에서 오는 2034년이면 1조 4870억달러(2031조 2420억원)로 10배가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기업들의 크리에이터 마케팅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미국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LTK’와 노스웨스턴대가 지난해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브랜드의 93%가 크리에이터 예산을 늘리거나 전략상 크리에이터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렌드코리아 2025’의 공동저자인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지금은 뷰티와 식품을 중심으로 크리에이터 마케팅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자동차처럼 구매주기가 길고 고가의 제품들도 서서히 크리에이터 마케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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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대표적인 크리에이터 커머스 플랫폼으로 지비지오가 있다.
지비지오는 크리에이터와 브랜드 협업의 복잡한 운영 과정을 자동화해 상품 홍보부터 판매, 정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직접 선택한 상품을 SNS에서 홍보하고 실시간 데이터로 판매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두어스는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 2023년 11월 설립 이후 3주 만에 시드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올 3월 시리즈A 라운드에서는 100억원을 유치했다. 지비지오는 서비스 출시 10개월 만에 월평균 거래액 성장률 45%를 기록했고, 누적 방문자 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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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SNS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팔리터’(O.8L)는 2014년 12월 설립한 회사로 일찌감치 크리에이터 플랫폼 시장에 진출했다. 브랜드별 맞춤 컨설팅부터 소비자 모집, 리뷰 작성, 공유, 보고서 작성까지 15일이면 모든 절차를 완료한다. 공팔리터의 사용자 수는 139만 4000여명으로 한국 외에도 미국과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지에 진출했다.
네이버도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에 주목하고 오는 7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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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소비가 늘고 틱톡 같은 숏폼 동영상 플랫폼의 등장 이후 콘텐츠 제작 장벽이 낮아지면서 인플루언서를 포함해 넓은 범위의 콘텐츠 창작자들을 뜻하는 크리에이터 생태계는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광고를 통한 숏폼 동영상 플랫폼의 수익화로 촉진된 크리에이터 마케팅 및 플랫폼 비용 지출이 크리에이터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봤다.
크리에이터 마케팅의 독특한 점은 결코 팔로워 수가 많은 경우만 유리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팔로워 수가 적은 크리에이터들의 플랫폼별 노출수 대비 클릭수 비율(CTR)이 메가 크리에이터보다 높았다고 분석했다. 소수의 대형 크리에이터가 반복적인 메시지와 콘텐츠로 이용자들에게 피로감을 줬고 대형 브랜드들과의 협업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전문성·공감가능성이 높은 크리에이터들이 소비자들과 브랜드들의 호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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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진 해시드 심사역은 “잘파세대는 브랜드보다 사람을 신뢰하는 경향이 높다. 세대가 바뀌면서 크리에이터 경제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면서 “크리에이터는 단순 콘텐츠 생산자 역할 뿐만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소비 전환을 일으키는 마이크로 브랜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