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추석 연휴, 허리가 보내는 신호

박재현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

[박재현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 추석 연휴 직후, 주부 박모 씨(62세)는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명절 동안 장시간 앉아 음식을 준비하고, 무거운 음식과 그릇을 들고 옮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허리가 점점 뻐근해지더니 연휴가 끝난 후에는 허리를 제대로 펼 수조차 없었다. 단순한 근육통이라고 생각했지만, 검사 결과 척추관협착증이 악화된 상태였다.

이처럼 긴 연휴가 지나고 난 뒤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추석에는 장거리 운전, 가사 노동, 오랜 시간 바닥에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등 바르지 못한 생활 습관이 반복되면서 허리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진다. 특히 평소 허리 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들은 연휴 동안의 무리한 활동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곤 한다.

허리 통증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척추 질환의 초기 단계는 일시적인 통증이나 뻐근함으로 나타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허리 통증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의 활동성이 떨어지고, 낙상이나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척추관협착증은 대표적인 퇴행성 척추 질환으로,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을 일으킨다. 초기에는 허리 뻐근함이나 엉치, 허벅지 통증 정도로 나타나지만, 진행되면 오래 걷지 못하고 중간중간 쉬어야 하는 ‘간헐적 파행’ 증상이 동반된다. 다리 저림이나 감각저하, 근력 약화가 생기기도 하며, 방치하면 보행이 점점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비교적 가벼운 초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신경 압박이 심하거나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다면 신경을 누르는 부위를 넓혀주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최소침습수술이 발전해 고령 환자도 부담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이 확대되고 있다.

허리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 속 작은 습관부터 점검해야 한다. 장시간 앉아 있을 때 허리와 등받이를 밀착해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한 시간마다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는 허리에 갑작스러운 힘이 실리지 않도록 나누어 들고, 허리를 숙이는 대신 무릎을 굽혀 들어 올리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가벼운 걷기나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몸에서 보내는 초기 증상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 허리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다리 저림이 동반된다면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연휴가 지나고 허리 통증이 지속된다면 단순히 피로감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 좋겠다. 생활 속 올바른 관리와 조기 치료만이 허리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