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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준플레이오프 부터 혈전을 치르며 올라오는 동안 쌓인 피로를 이겨낸 것 만을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 심리적으로 포기할 수 있는, 아니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순간 순간마다 두산 선수들은 오히려 더욱 놀라운 힘을 뿜어냈다.
하지만 두산은 또 한번 정상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한국시리즈서 3승1패로 앞선 팀은 단 한 번도 역전 우승을 허용하지 않았다. 두산이 또 한번 첫 희생양이 됐다. 2007년 2연승 뒤 4연패도 두산이 첫 기록이었다.
아픈 역사의 반복, 신은 그들의 눈물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미 오래 전 두산은 승자를 더 빛나게 만들 드라마의 조연으로 점 찍어두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두산의 눈물에 진심과 절실함이 가득 담겨 있었기에 품어 보는 의구심이다.
숱한 고비를 넘고 또 넘어 마지막 승부까지 끌고 오는 가슴 울컥한 투혼을 발휘했지만 결국 승리의 여신은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한번 두산을 외면했다.
첫 고비는 지난 5일, LG와 시즌 최종전이었다. 같은 날 한화와 경기를 치러야 하는 넥센이 패할 경우 이 경기 승자가 2위가 되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두산을 이날 홍성흔과 이원석의 홈런으로 먼저 앞서나갔지만 결국 2-5로 역전패 하고 말았다. 같은 시간 넥센이 한화에 덜미가 잡히며 LG의 2위가 확정됐다. 두산은 4위.
게다가 상대는 영원한 라이벌 LG였다. 김 감독은 “하필이면 마지막 상대가 LG였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바로 눈 앞에서 LG가 2위에 오르는 것을 지켜봐야 할 선수들의 패배감이 정말 걱정됐다”고 털어놓았다.
김 감독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서 무기력한 경기를 하며 넥센에 내리 패했다.
그러나 3차전부터 기적이 싹트기 시작했다. 무려 연장 14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를 거뒀다. 연장 승부가 잇달아 패전 위기를 맞았지만 상대의 실수까지 겹쳐지며 뜻 있는 승리를 거뒀다. 이후 두 경기서 내리 승리하며 플레이오프 진출.
라이벌전이라는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맞은 경기. 게다가 모든 선수들이 풀 가동되며 피로감이 극도로 높아져 있었다. 하지만 LG 역시 3승1패로 꺾으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두산의 이번 가을은 단순한 운의 승리가 아니었다.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 만든 기적의 드라마였다. 2007년 2승 뒤 4연패로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주저앉은 경험까지 갖고 있던 두산 선수들은 “기회가 언제나 오는 것이 아니다.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이 멤버로 언제 다시 야구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좀 더 오래 하고 싶다. 그리고 이기고 싶다”며 이를 악물었다.
2009년 수석 코치로 KIA 우승에 한 몫을 담당했던 황병일 두산 수석코치는 포스트시즌이 열리기 전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차피 결과는 저 위에서 정해두고 있다. 우린 그냥 눈 앞의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두산 선수들은 우직할 정도로 황 수석의 말에 충실했다. 모든 선수들이 온 몸에 통증을 안고 뛰는 악전 고투의 상황. 하지만 자신 앞으로 오는 공을 피하거나 도망가려 하지 않았다. 피곤한 것을 핑계삼으려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투혼에 대한 하늘의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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