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고 참가하는 것이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프랑스의 피에르 쿠베르탕 남작의 명언이다. 역대 올림픽 때마다 쿠베르탕 남작의 말은 인구에 회자되지만, 실제로 국제사회의 관심은 어느 국가가 금메달을 많이 따느냐에 쏠린다. 심지어 금메달은 국력 또는 경제력의 척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올림픽 성적 예측모델을 연구한 매건 버시 버클리대 교수는“지난 40년간 올림픽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국가별 성적에 가장 영향을 미친 변수는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이었다”고 밝혔다.
1896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까지 역대 하계올림픽의 금메달 획득 숫자를 보면 미국이 929개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독일(440개), 러시아(395개), 영국(207개), 프랑스(191개), 이탈리아(190개) 등의 순이었다. 이중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 스포츠 국가주의로 금메달을 많이 딴 만큼, 진정한 의미의 국력 또는 경제력 순위로 한다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역대 금메달 5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역대 금메달 최다 획득 국가들의 순위는 조만간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바로 중국의 부상 때문이다. 중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금메달 28개를 획득해 3위를 차지한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2위(32개), 2008년 베이징 올림픽(51개)에서 1위를 기록했다. 21세기 들어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금메달 순위가 높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물론 베이징 올림픽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개최국이라는 이점도 있었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올림픽과 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런던 올림픽 참가국들의 금메달 획득 숫자를 전망했다. 국가별 예상 성적을 보면 미국(37개), 중국(33개), 영국(30개), 러시아(25개), 호주(15개), 독일· 프랑스(각 14개) 등의 순이다. 특이한 점은 개최국인 영국이 3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56개로 미국(23개)을 제치고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영국은 1948년 두 번째 런던 올림픽에선 5위 안에 들지 못했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금메달 19개로 4위를 차지했다. 영국은 이번 세 번째 런던 올림픽에서 개최국이란 점을 감안할 때 3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국력이나 경제력은 3위를 차지할 정도는 아니다.
영국 경제는 현재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GDP 성장률은 지난 2·4분기 -0.7%, 1·4분기 -0.3%를 각각 기록, 지난해 4·4분기 -0.3%에 이어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조금씩 회복되는 기미를 보였으나 다시 뒷걸음질 친 것이다. 영국이 더블 딥에 빠진 것은 1975년 이래 처음이다. 2차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IMF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영국의 올해 GDP가 0.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런던 올림픽을 흑자 대회로 만들고, 경제 효과를 극대화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1984년부터 2008년까지 7차례의 올림픽 가운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였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는 아테네 올림픽 개최 이후 빚더미에 앉으면서‘올림픽의 저주’라는 말까지 들었다. 영국이 3위의 성적과 흑자대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