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폐 망가뜨리는 잘못된 환기법? '지금 당장 바꿔보세요'

홍은빈 영동한의원 진료원장, “좁은 틈으로 스며드는 위협, ‘하나만 살짝’ 연 창문의 역설”
마주보는 창 열기, 생명의 바람길
  • 등록 2025-04-24 오전 6:27:50

    수정 2025-04-24 오전 6:27:50

[홍은빈 영동한의원 진료원장] 봄바람이 창가에 머무는 듯하지만, 뿌연 하늘은 쉬이 걷히지 않는다.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 알레르기까지 겹친 요즘, 창문을 활짝 여는 것은 망설여지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미세먼지가 들어올까 봐’ 창문 하나만 살짝 열어두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는 건강을 위한 소극적인 몸짓이 오히려 우리 호흡기를 옥죄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처사다. 마치 흐르지 않는 물은 고여 썩듯, 갇힌 실내 공기는 외부의 유해 물질보다 최대 5배까지 더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창문 하나, 닫힌 순환의 덫

아파트나 오피스텔, 현대인의 주거 공간은 밀폐성이 높다. 창문 하나만 열어두는 것은 제한적인 공기 교환만을 허용할 뿐, 실질적인 환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마치 막힌 혈관처럼, 공
홍은빈 영동한의원 진료원장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실내에 축적된 오염 물질은 정체되고, 외부의 오염된 공기만 조금씩 스며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요리 시 발생하는 유해 가스나 습기는 좁은 틈을 비집고 집 안 곳곳으로 퍼져나가 불쾌감을 더하고, 호흡기 건강에는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마주보는 창, 생명의 바람길을 열다

진정한 환기는 ‘소통’에서 시작된다. 막힌 길을 뚫고 새로운 길이 열리듯, 공기 또한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동시에 확보되어야 비로소 순환이 이루어진다. 해법은 간단하다. 집 안의 대각선 방향에 위치한 두 개 이상의 창문을 동시에 여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단순한 행동만으로 5분에서 10분 안에 실내 공기의 80% 이상을 깨끗하게 교체할 수 있으며, 실내 폐 질환 위험을 30%나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마치 댐의 수문을 열어 묵직한 물줄기를 흘려보내듯, 갇혀있던 오염된 공기를 빠르게 외부로 배출하고 신선한 공기를 실내로 끌어들이는 자연스러운 정화 작용이다.

요리나 청소 후에는 더욱 적극적인 환기가 필요하다. 이때 창문 하나만 열어두는 것은 마치 연기 자욱한 방에 작은 환풍기 하나만 돌리는 것과 같다. 유해 물질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실내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는 이를 명확히 뒷받침한다. 적절한 환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실내 공기는 외부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들이 잘못된 환기 습관으로 인해 호흡기 질환 악화를 경험한다.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 하나만 살짝 열었는데 오히려 목이 더 아프고 숨쉬기 힘들어요”라는 호소는 이제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 지혜로운 공기 순환, 건강한 폐를 위한 첫걸음

이제 ‘하나만 살짝’ 여는 어리석은 환기법을 버려야 한다. 서로 마주보는 창문을 활짝 열어 집 안 가득 시원한 바람길을 만들자. 만약 창문이 한 방향에만 있다면, 창문과 현관문을 동시에 열어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짧고 굵게, 5분에서 10분 정도의 환기가 오히려 우리의 호흡기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선택임을 기억하자. 좁은 틈으로 스며드는 위협에 맞서, 적극적인 공기 순환을 통해 건강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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