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4월2일 교역국의 관세·비관세장벽·환율정책·부가세 등에 상응하는 상호 관세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이를 2단계로 나눠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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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1단계로 대통령의 긴급 권한을 이용해 수입품에 즉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2계로 교역 상대국에 대한 공식 조사후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1단계는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를 즉시 부과하는 방안이고, 2단계는 상호관세 부과로 보인다.
즉시 관세를 부과하는 수단으로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또는 1930년 관세법 338조가 고려되고 있다. 관세법 338조는 미국이 무역상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경우, 대응조치로 교역국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조치다. 이 조항은 국제무역기구(WTO) 규범 위반 소지가 있어 1990년대 이후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FT는 이 사안에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4월2일 자동차 수입품에 즉시 관세를 부과하고 1기 행정부 때 했던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대한 ‘국가 안보 연구’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며칠 내 발표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 논의됐으나 가능성은 줄어든 또 하나의 방안으로 1974년의 무역법 122조도 검토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미국이 최대 15%의 관세를 최대 150일간 임시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즉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이유는 대규모 감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소득세 및 법인세 대규모 감세를 검토 중인데, 이를 시행할 경우 가뜩이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를 메우기 위해선 일정 규모의 관세 수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FT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여전히 관세 부과에 관한 최종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정책과 관련한 핵심 참모 두명 역시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복잡한 조사보다는 즉각적인 관세부과로 빨리 협상해서 거래하자는 입장인 반면,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관세를 부과하기 전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어 대표가 좀더 법적으로 신중하고 절차를 중시하면서 관세를 부과하자는 쪽인 셈이다.
FT는 “이 같은 엇갈린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관세 체계와 집행 방식을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