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하듯 술 빚는 성취감, 모바일과 비교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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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
'술 이름은 코리안 민트' 출간
방아잎 사용한 과하주 출시
18개월 동안 7평 작업실에서 술 빚어
"술 만들며 시간 다루는 법 배워"
  • 등록 2026-03-04 오전 5:10:00

    수정 2026-03-08 오전 12:15:36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모바일 세상은 변화를 끝없이 좇는 속도전이었지만, 술을 빚는 작업은 끝이 있어 남다른 성취감을 느꼈죠.”

홍은택(63) 카카오 전 대표가 양조(술 빚기)에 뛰어들었다. 2024년 3월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18개월 동안 7평 작업실에서 쌀을 100번씩 문질러 씻고, 찐 밥을 펼쳐 식히고, 거르고, 옮기는 과정을 반복하며 수양하듯 술을 빚었다. 그리고 이 같은 열렬한 양조 탐험기를 담은 책 ‘술 이름은 코리안 민트’(브레드)를 출간했다.

최근 서울 중구 브레드 출판사에서 만난 홍 전 대표는 “술은 사람의 마음을 열고 교감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음식”이라며 “K푸드가 확산하는 시점에 가볍게 페어링(음식과의 궁합)하는 전통주를 만들고 싶어 직접 양조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사진=본인 제공).
“사서 하는 고생이지만 자유롭다”

홍 전 대표에게 ‘양조가’ 직함은 무척 낯설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되짚어보면 ‘의외의 변신’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에서 PD, 번역가, 교수, 카카오 대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직장생활을 거쳐온 그의 곁에는 늘 술이 있었다. 밥보다도 술을 더 많이 마셔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면 술 섭취량을 쓰기가 민망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에 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홍 전 대표는 “그 동안 무형의 콘텐츠를 생산해왔지만, 이번에는 내 손으로 직접 유형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며 “술자리 선택지가 소주·맥주·막걸리에 머문다는 점에서 ‘깔끔하면서도 향긋한 전통주를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 직접 빚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리안 민트’는 한국 원산 식물인 방아잎의 영어명이다. 방아잎을 주재료로 빚은 과하주(過夏酒, 청주에 소주를 섞어 만드는 강화 청주로 혼양주의 일종)다. 술에 넣으면 상큼하고 가벼운 민트 향이 난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 뒤 이를 술의 재료로 삼았다. 좁은 작업실에서 쌀을 씻고, 누룩을 담가 7시간을 기다리고, 발효와 숙성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주일가량 공을 들여야 하는 지난한 작업을 반복했다. 그는 이 과정을 책에서 “사서 하는 고생이지만 자유롭다”고 표현했다.

그는 “술을 만들며 세계사와 식물학,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무엇보다 시간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면서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지만 잡념을 없애고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고 돌아봤다.

한국인의 주식인 곡물을 주재료로 하는 전통주는 다채로운 향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고두밥 등 쌀을 익히는 방식이 다양해 제조 방법에 따라 풍미와 도수도 달라진다. 홍 전 대표는 “찹쌀, 멥쌀, 녹두 등 곡물로만 빚은 술에서 멜론, 바나나, 파인애플 같은 과일 향이 난다”며 “막걸리에서 열대 과일 향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은 직접 만들어보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 같은 다양한 향미가 한국 술의 매력”이라고 꼽았다.

술을 빚는 모습(사진=생성형 AI).
“하반기엔 다른 술 선보일 것”

1년 반 동안 그는 술에 몰두했다. 수업을 들으며 전통주 소믈리에와 우리술 제조관리사 1급 자격을 취득했고, 실험실 겸 작업실에서 100여 종의 술을 빚었다. 그 결과물인 ‘코리안 민트’는 현재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 유통 채널을 넓힐 계획이다. 그는 “여러 종류의 술을 담가 사람들과 시음했는데, 소비 속도보다 만드는 속도가 빨라 나중에는 보관할 공간이 부족했다”면서 “지금은 13평 규모의 작업실로 옮겼다”며 웃었다.

‘코리안 민트’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2025년 궁중 술 빚기 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술에 조예가 깊은 한 애호가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존 과하주의 문법을 깬 놀라운 맛”이라며 칭찬했다.

홍 전 대표는 하반기에는 다른 재료로 빚은 과하주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수 차례 과하주에 도전해 이제 겨우 한 가지 술을 내놨을 뿐”이라며 “언젠가 내가 만든 과하주가 세계로 뻗어 나가 뉴욕의 한식 레스토랑에서 K푸드와 함께 페어링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은택은…

△1963년생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미국 라디오 방송국 KBIA 프로듀서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판 편집국장 △NHN 미디어서비스그룹장 △NHN 서비스 운영 총괄 △카카오 콘텐츠서비스 부사장 △카카오커머스 대표 △카카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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