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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소버린티(sovereignty·주권) 문제가 비단 AI에만 국한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이제 우리 경제 규모와 글로벌 위상을 고려할 때 과거의 관성적 해외 의존이나 선진국(특히 미국)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데서 탈피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이른바 전통적 ‘추격형’에서 명실상부한 ‘선도형’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 연장선상에서 우리 주주총회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AI의 소버린티가 데이터와 컴퓨팅의 자립이라면 자본시장의 소버린티는 주총 의결권 판단과 자문의 자립이다. 상장사 최상위 거버넌스인 주총에 ‘누가, 어떻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느냐’는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영향력이 ISS나 글래스 루이스 등 글로벌 소수 의결권 자문사에 과도하게 좌우된다면 우리 주력기업 등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소버린티가 유지될 수 있을지 당연히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지분 비중은 30% 수준이고 그 중 4대 금융지주는 평균 64%에 달한다. 또 8월 현재 삼성전자는 약 47%, SK하이닉스는 약 51% 수준이다.
최근 정부는 10년 만에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을 내놓았다. 영국과 일본도 2010년, 2014년 도입 이래 각각 세 차례씩 개정한 것을 보면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정작 핵심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은 커녕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소지가 있어서다. 앞서 언급했던 스튜어드십 코드의 핵심 인프라인 국내 ‘의결권 자문업’의 육성방안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이다. 육성방안이라면 각종 지원금이나 정책 지원을 연상하겠지만 그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시장의 고질적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 달라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공정한 시장의 힘이다. 운동장이 평평해지면 시장 참여자들은 치열하게 혁신을 다투고 그 경쟁 속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꺼이 채택할 만한 경쟁력과 신뢰를 갖춘 토종 의결권 자문사가 나올 수 있다. 소버린 AI가 데이터와 컴퓨팅의 자립 위에 서듯 소버린 주총은 우리 기업과 시장을 가장 정확히 읽어내는 자문 인프라 위에서만 가능하다. 금융위원회가 대한민국 스튜어드십 코드의 발전, 기업 지배구조의 선진화, 이를 통한 자본시장의 장기적 도약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 그것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주주총회에 주권을 되돌려주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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