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조만간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자신하나 강경 대응 기조인 중국은 수출 다변화, 내수 확대를 노린다. 다만 미국의 압박 속에 중국 경제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관건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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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끊긴 공장들 “창고에 물건만 쌓아놓고 있어”
중국에서 수출입 물량이 10위 이내인 대형 항구도시 톈진은 미·중 관세 전쟁 이후 사실상 대미 수출이 끊긴 상태다. 지난 7~13일 중국 항구의 컨테이너 처리량이 전주 대비 6.1% 줄었다는 중국 정부 조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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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진의 한 대외 무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황모씨는 “회사는 그간 동남아 등지로 무역업을 해왔는데 미국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던 참이었다”며 “그러나 미·중 갈등으로 당분간 미국 진출 계획을 접었고, 언제 다시 시작할지는 알 수 없게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제조업 지역인 이우의 도매시장을 방문해 미·중 관세 전쟁 후 이곳에서 미국 바이어가 사라졌으며 최대 수출 품목 중 하나인 양말의 주문은 중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선전에서 유아용품·미용기기 등을 수출하는 왕 레이씨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통관 비용·시간이 크게 늘면서 원가가 대폭 상승했고, 대부분 화물이 중국 내 창고에 쌓여 최종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은 저장성·장쑤성·광둥성 등 주요 수출 지역 공장들은 대부분 가동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공장 상당수 제품은 알테무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흘러가는데 미국발 주문이 ‘제로’에 가까워져 강제 휴업을 당한 것이다.
테무에 패션 의류를 납품하고 있다는 한 중국인 허모씨는 이데일리에 “제품을 미국 창고로 보내야 하는데 kg당 운송 비용이 지난달 38위안에(약 7400원)서 이달 58위안(약 1만1300원)으로 크게 늘었다”면서 물류비 상승도 큰 문제가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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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협상 언제쯤, 정작 중국은 “끝까지 싸울 것”
미국은 주요 무역 상대국들에 부과하려던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했는데 중국만 예외로 두면서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미 일본 등과는 관세 협상을 시작함으로써 국제 무역에서 중국을 소외시키려는 전략을 짜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면서도 관세 부과를 지속하면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나타냈다.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이 양보하기를 기다렸지만 중국이 즉시 관세를 발표하고 10가지 대응책을 추가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중국이 약한 위치에 있지 않고 터무니없는 강압과 관세에 굴복할 필요가 없다는 충분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주요 공장들은 미국 수출이 끊기는 어려운 상황에도 수출 다변화 등 탈출구를 찾고 있다.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GT)는 이우의 한 철물업자 인터뷰를 인용해 “미국 관세 때문에 수십만위안 상당의 선적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케냐, 사우디아라비아, 동남아에서 열리는 무역박람회에 참석해 성장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막대한 내수 시장을 무기로 대외 불안 위기를 헤쳐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수출입 기업의 내수 전환을 촉진하는 ‘내외 무역 일체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징둥닷컴이 1년간 수출기업으로부터 2000억위안(약 39조원) 규모 물품을 구매하기로 하는 등 현지 유통업체들이 호응하고 있다.
중국이 관세 전쟁의 장기화를 버티고 미국 압박을 이겨내려면 결국 내수 활성화가 관건이다.
중국 상하이증권의 장허셩 연구원은 “현행 관세 수준으로 미국 수출 제품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측은 이를 무시할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론 중국 경제와 대외무역에 어느 정도 압박이 되겠지만 장기 경제 개선의 추세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