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어디서 일하나…세종행 쟁점 부상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6월 3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이 경선에 돌입한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야권 후보들은 대체로 세종 집무실로 이전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여권 주자들은 신중론 또는 용산 유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 중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종국적으로는 세종으로 이전하되, 당장은 용산 집무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제기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지난 18일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TV토론에서 “현실적으로 인수위 없이 임기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세종 집무실로 곧바로 옮기긴 어렵다”며 “용산 집무실을 일정 기간 사용한 뒤 청와대를 보수해 활용하고, 임기 내에 세종 이전을 완료하는 것이 현실적이다”고 피력했다.

그는 헌법적 제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헌법재판소가 과거 ‘관습헌법’을 근거로 수도는 서울이라고 판단한 전례가 있는 만큼, 대통령실의 완전한 세종 이전을 위해선 개헌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세종이 대통령 집무의 최종 종착지가 되어야 한다는 점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동연·김경수 후보는 “이전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즉각적인 이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동연 후보는 문재인 정부 때 경제부총리 시절을 언급하며 “세종 제2집무실과 국무회의실 등 기반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취임 다음 날부터 세종에서 집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후보 역시 “대선 전 국회와 여야 후보 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용산을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장과 여야가 협의해 대통령실 이전 문제를 논의하고, 청와대나 정부종합청사 등을 대체안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정면 돌파를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며 “세종을 정치 협치의 중심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여권 후보들은 용산 대통령실을 일단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체로 강했다.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고, 한동훈 후보는 “대통령이 용산에 들어가지 않고 호텔에서 일하겠는가”라며 현 위치 유지를 지지했다.

안철수 후보는 청와대를 대통령 집무실로 다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청와대의 일부 공간을 국민에게 개방하고, 나머지는 집무실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세종시로 대통령실을 이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근거로 수도는 서울이라고 판단한 전례가 있다”며 “개헌 없이는 세종 이전이 법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청와대 복귀가 더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수 진영 내에서는 세종시 이전 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보수 인사는 청와대 복귀를 찬성하면서 “한반도 정권의 정통성은 서울에 수도를 두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를 세종으로 옮긴다는 것은 그 정통성을 포기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